경남 밀양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9세 여아 납치'는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장소가 외지인은 찾기 힘든 외딴곳인 데다 피해자 A(초등학교 3학년)양이 '범행 이전 범인 얼굴을 본 기억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이 모(27) 씨에게 납치됐다 풀려난 A 양이 범인 얼굴을 본 기억이 있다고 진술하지만 언제, 어디서 이 씨를 봤는지 추가 진술은 받지 못했다.

범행 장소는 50여 가구, 8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로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있어 외지인은 찾아오기조차 힘든 곳이다.

이 씨가 사전답사를 통해 마을에서 A 양의 인상착의나 동선 등을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게다가 이 씨는 7월 초부터 생활고로 밀양시내 공용주차장 등지에 자신의 1t 포터 트럭을 세워두고 그 안에서 숙식하며 지낸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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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살 여자아이를 납치했다가 풀어주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이 모(27) 씨가 10일 오후 경남 밀양시 밀양경찰서로 호송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납치 당일 오전 해당 마을에서 이 씨 트럭이 목격됐으며, 이 씨가 A 양을 묶을 도구도 따로 준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정황상 밀양을 떠돌며 생활하던 이 씨가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A 양을 목격하고 사전에 계획을 세운 뒤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씨는 "길따라 운전하던 중 우연히 아이를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계획범죄가 아니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이 씨와 A 양 등을 상대로 추가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하루나 이틀 전에 A 양의 등·하교 모습을 지켜보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며 "정황상 우발적 범행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4시 5분께 이 씨는 스쿨버스를 타고 와 밀양의 한 마을회관 앞에 내린 A 양을 본인 소유 트럭에 태워 납치했다.

그는 이후 A 양을 묶어 차에 태우고 다니다가 지난 10일 오전 9시 45분께 A 양을 다시 밀양에 내려주고 달아났다.

이 씨는 A 양을 밀양에 내려준 뒤 창녕으로 달아나 관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검문검색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 박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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