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계 세균 감염…신우신염은 설사 등 장염 증상도
꽉 끼는 옷 피하고 소변 참으면 안 돼, 물도 자주 마셔야

소변을 볼 때 찌릿찌릿 아프다면? 열이 나거나 옆구리까지 아파온다면? 여름철에, 특히 여성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환인 요로감염. 창원시 마산합포구 MH연세병원 비뇨기과 오정현 과장의 도움말로 요로감염에 대해 알아본다.

◇위험 요인

요로감염이란 신장, 요관, 방광, 요도로 구성된 비뇨기계의 한 부분에 세균이 감염된 것을 말한다. 보통 방광염이나 신우신염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로감염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흔하다. 이는 해부학적 차이 때문이다.

오 과장은 "남성과 여성은 요로감염 위험도와 양상이 다르다. 여성은 요도가 짧고, 항문과 가까워 대장균 등 세균이 방광으로 침입하기 쉽다"며 "또한 방광으로 들어온 세균의 역행성 감염으로 신우신염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의 경우는 요도를 통해 균이 침입하면, 먼저 만나는 곳이 전립선이어서, 전립선염 혹은 정관을 통해 역행 감염돼 부고환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은 짧은 요도를 지나면 바로 방광이며, 방광 위쪽으로 역행성 감염이 되면 곧바로 신장으로 감염이 되므로, 신우신염의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과거 요로감염을 앓은 병력이 있다거나 성관계, 살정제 사용 등이 요로감염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오 과장은 "질 세정제인 살정제를 사용하면 질내 정상 세균총이 감소해 병원균이 증식하기 쉬워진다. 질은 원래 산성인데, 너무 깨끗이 씻으면 중성 환경이 돼, 이러한 환경을 좋아하는 대장균 등의 균이 증식될 위험이 있다. 이때는 질염과 요로감염에 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MH연세병원 비뇨기과 오정현 과장. /이원정 기자

◇증상

증상은 감염 부위에 따라 조금 다르다.

요로감염은 감염 부위에 따라 방광 이하에 발생하는 하부요로감염과 콩팥, 요관에 발생하는 상부요로감염이 있다.

하부요로감염은 방광염, 요도염 등이 있는데, 방광염은 요로감염의 가장 흔한 형태이다.

방광염일 때는 배뇨통과 빈뇨, 잔뇨감, 급뇨, 야뇨 등을 주로 겪는다. 요도염은 요도 분비물, 배뇨통, 요도 가려움증 등이 나타난다.

상부요로감염은 요관염이나 신우신염이 있는데, 열이 나는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광염 증상과 함께 열이나 오한이 있고, 옆구리나 허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오 과장은 "신우신염일 때는 구토나 설사, 소화장애 등 장염과 비슷한 증상도 생긴다. 여름철 장염 증상이 있더라도 배뇨와 관련한 증상이 있으면 요로감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뇨기 질환은 증상을 느껴도 병원 찾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오 과장은 충고했다.

오 과장은 "요로감염으로 전립선염이 생기면 열이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전립선염을 방치하면 패혈증으로 진행돼 위험할 수도 있다. 반드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전립선염이 생기면 전립선암과 관련한 PSA(전립선 특이항원) 수치가 올라갈 수도 있으므로, 전립선염 치료 후 2~3개월이 지나서 다시 PSA 수치를 검사해봐야 한다. 그래야 당시 수치가 올라간 것이 전립선염 때문이었는지 다른 원인 때문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광염이 모두 신우신염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령 환자나 임신부, 면역력이 저하돼 있는 환자는 증상이 없는 농뇨(소변에 염증세포가 나오는 상태)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더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급성 신우신염을 방치하면 전립선염처럼 패혈증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오 과장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안심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염증이 국소적으로 전립선 혹은 신장에 머물러 있다가 갑자기 전신 혈액으로 퍼질 수도 있다. 특히 전립선염의 경우 소변이 잘 안 나온다고 응급실에서 소변줄을 꽂는 등의 전립선을 자극하는 행위는 절대로 하면 안된다. 전립선의 물리적 압박이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단과 치료

진단은 소변 검사를 통해 할 수 있다. 요로감염이 의심되면 소변 검사를 해 백혈구가 보이는 농뇨와 세균이 관찰되는 세균뇨가 있으면 요로감염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남성은 스스로 소변을 받아서 제출해도 비교적 정확하게 검사가 가능하지만, 여성은 질 분비물 등으로 소변이 오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카테터라는 가느다란 관을 이용해 의료진이 직접 소변을 채취하기도 한다.

소변 검사 후에는 원인균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소변배양검사를 한다. 특히 신우신염의 경우 소변배양검사로 정확한 원인균을 알아내야 그에 따른 적합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배양에 걸리는 시간.

오 과장은 "신우신염은 심각한 형태의 요로감염인데, 세균 배양에 2~3일에서 일주일까지 걸린다. 그동안에 치료를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경험적 치료, 즉 환자 상태나 감염 발생 환경 등에 따라 가능성 높은 원인균을 예측해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가 좋았던 항생제를 처방해서 경과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세균 배양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경험적 치료가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검사 결과 밝혀진 원인균에 따른 항생제를 다시 처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상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신우신염 환자 중에서 신장 농양으로 진행돼 수술이 필요한 경우 초음파나 CT 검사 등을 하고, 해부학적 이상을 판단하기 위해 방광 요도 조영술을 하기도 한다.

방광염은 항생제를 3일가량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하지만 발열이나 구토 등 증상이 심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가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려면 72시간가량 기다려야 하며, 해당 항생제가 효과 없다면 다른 항생제로 변경하게 된다.

요로감염을 한두 번 앓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복되는 요로감염은 만성 콩팥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방

요로감염 예방을 위한 기본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배뇨 혹은 배변 후 앞쪽에서 뒤쪽으로 닦아야 한다. 꽉 조이는 옷은 피하고 소변은 참지 않는 것이 좋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에서 감염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요로감염을 앓을 수 있지만 여름에 보다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데 왜 요로감염이 잘 생길 수 있을까.

오 과장은 "요로감염 예방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도움된다는 것은 그만큼 소변 배출을 많이 하라는 뜻이다. 균이 요로에 침범했더라도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수분이 땀으로 배출되는 양이 많다. 즉 물을 마신 만큼 소변으로 나가지 않고, 땀을 많이 흘려 도리어 소변량이 적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 재발이 잦은 사람에게는 경구용 면역활성약을 처방할 수도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