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배려·적극적인 사회봉사로 유명
공공기관부터 시작하면 전파력 클것

'능력과 실력 위주 인사', '적소적재', '인사 청탁 시 불이익'.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밝힌 세 가지 인사 원칙이다. 겉으로만 보면 기존 인사 원칙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내용이 새로웠다. 김 지사는 능력과 실력의 기준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공직자들 능력에 대해 경제적 가치나 효율 중심으로, 예산을 절감했다든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공직에 있는 분들이기에 공공의 이익,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되고 이바지하는 사람들이 능력과 실력을 평가받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가치'를 언급했다. "인권, 안전, 상생과 협력, 일자리 창출, 환경, 노동권, 민주주의, 사회통합, 이런 가치들을 공직자가 우선으로 챙기고, 이런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공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겠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사회가 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부 혁신과 함께 경남도정도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함께 진행하겠다."

사회적 가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와 정부 혁신 종합계획의 핵심가치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최측근 또는 복심이라는 수식어보다 '오른발'(권력은 없고, 뛰어다니면서 일만 해야 하는)이라고 자신을 표현해온 김 지사가 국정 방향에 발맞춰 가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에서 사회적 가치 기본법(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김 지사가 다시 발의하고 정부가 바뀌고 나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재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김 지사가 인사 기준으로 밝힌 '사회적 가치'라는 말에 귀가 더 솔깃한 것은 최근 아일랜드 여행에서 접한 기네스 기업 철학을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기네스는 1759년 설립됐다. 창립자인 아서 기네스가 맥아를 볶던 중 깜빡 졸다가 맥아를 까맣게 태워 흑맥주가 되자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시음하게 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아 기네스가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아일랜드인들에게 기네스는 오랫동안 가난한 삶과 고달픈 노동을 이겨내는 힘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막걸리처럼 아일랜드 대폿술이 기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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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는 창사 이후 직원 배려와 사회봉사에 적극적인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아일랜드 최초로 직원뿐 아니라 가족에게 연금을 지급했고, 1870년대에 직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지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신탁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웃을 생각하고,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는 기업 철학은 지금도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 철학이 아일랜드인들에게 기네스를 국가를 상징하는 술로 인정하게 한 점도 있지 않았을까.

공공기관(공기업)에서부터 사회적 가치를 찾는다면 한국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네스 한 잔을 마신 것처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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