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연구회 설치 조항 삭제 "구색 맞추느라 알맹이 빠져"
시의원·시민단체 '졸속'비판…시 "주민 의견 최대한 반영"

소통을 강조하는 조규일 진주시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제출한 조례안이 소통과는 거리가 있어 시의원과 시민단체 반발을 사고 있다.

진주시는 지난 3일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 핵심은 주민참여예산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기능은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가 대행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위원회를 두되 읍면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대행하기로 한다고 규정했다. 대신 기존에 있던 '협의회와 연구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했다.

이에 대해 서은애(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개정안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하여 수렴한 주민의 의견서를 지방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에 첨부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이 3월에 신설되면서 그 구색을 맞추고자 졸속으로 만든 조례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대다수 이 조례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지역위원회를 지역별로 15인 내외로 구성하고, 이들 지역위원회에서 추천한 2~3명의 추천위원이 모여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면서 50~100명 정도의 위원회가 꾸려진다"며 "주민·전문가가 참여해 자치단체 예산 편성 방향과 주민 의견수렴을 통한 의견제출을 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바로 이 조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가 위원회를 지방재정계획심의위에서 대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는 결국 알맹이 빠진 껍데기일 뿐이며, 시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특정집단에 유리한 유도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태생적 한계점을 내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인경 진주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민참여예산제 핵심기구는 세 가지다.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협의회, 시 집행부와 의회, 주민대표가 협의하는 위원회, 그리고 시의 주민참여예산이 올바르게 쓰였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더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연구회 등인데 연구회 등을 삭제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순한 민원 해결 통로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심 처장은 또 "지방재정계획심의위는 10~15명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공무원 7명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며 민간 위원들의 구성에 대한 규정이 없고 시장이 위촉한다고 돼 있어 심의위 구성이 집행부, 의회, 시민이 공평하게 참여하고 의견을 교환하여 합리적인 예산을 수립하자는 주민참여예산제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히고 "주민참여예산제의 발전보다는 시장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매우 큰 위원회 구성안을 가진 이 조례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민은 "현재 주민의견을 모으는 지역위원회를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대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주민자치위는 관변단체 성격이 강해 입법 취지에 맞을지 걱정"이라며 "이번 조례안은 전체적으로 공무원들이 일을 하기 편하도록 만든 것으로 판단돼 시민과 소통을 강조하는 조 시장의 소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시민 의견을 받는 중이다. 주민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오는 25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9월 시의회에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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