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실종 신고, 10일 오전 9시 45분께 발견
오후 1시 55분께 20대 납치범 검거

밀양시 산외면 한 마을에 사는 ㄱ(9) 양 아버지(52)는 애가 탔다. 막내딸이 지난 9일 오후 4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딸이 평소 학교 수업을 마치면 늦어도 오후 4시 30분쯤엔 집에 왔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이날 오후 5시 52분께 불안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다. 밀양경찰서는 전 직원 비상소집을 걸었다. 경찰서장이 현장 지휘를 하며, 형사, 타격대, 체취견, 과학수사팀 등이 마을 일대를 수색했다. 마을 입구 CCTV를 통해 오간 차량도 확인했지만 ㄱ 양 흔적이나 동선은 찾을 수 없었다. 50여 가구, 80여 명이 사는 마을에는 폭력이나 절도 등 범죄가 없었다.

경찰은 ㄱ 양이 다니는 초등학교 전교생을 상대로도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단서는 얻진 못했다. 유일하게 확인된 건 이날 오후 4시 5분께 ㄱ 양을 마을 입구에 내려줬고,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는 통학버스 운전사 진술과 통학버스 블랙박스에 찍힌 ㄱ 양이 하차하는 화면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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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여자아이를 납치했다가 풀어주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이모(27)씨가 10일 오후 경남 밀양시 밀양경찰서로 호송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마을회관 앞에서 ㄱ 양 집까지 거리는 300m.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ㄱ 양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경찰은 이튿날 오전 8시께 ㄱ 양이 실종이 아닌 납치됐다고 보고 '강력 사건'으로 전환했다. 10일 새벽까지 기동 중대 350명과 경찰서 전 직원 200여 명을 총동원해 ㄱ 양 집 주변과 하천 등 마을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막연하게 사라질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남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보도가 나가면 납치 용의자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범인이 잡힐 때까지 '엠바고'(시한부 보도 중지)를 요청했다. 아동이 실종되면 즉시 사진과 인상착의를 알리는 '앰버 경보(AMBER Alert)'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브리핑을 마칠 무렵인 오전 9시 50분께 "ㄱ 양을 찾았다. 건강한 상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기자들도 다들 "휴~ 정말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 숨을 쉰 뒤, ㄱ 양 발견 소식을 긴급하게 출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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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되는 밀양 초등생 납치범 용의자./이수경 기자

ㄱ 양은 이날 오전 9시 45분께 마을 입구에서 1t 트럭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오는 모습을 본 의무경찰들에게 발견됐다. 당시 트럭은 ㄱ 양을 내려주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후 경찰은 CCTV와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트럭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추적 약 4시간 만인 오후 1시 55분께 창녕 한 PC방에서 납치범 ㄷ(28)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대체로 범행을 시인하고 있다. ㄱ 양을 트럭에 태운 채 잠을 자지 않고 창녕, 경북 청도, 경기도 여주 등으로 이동하고 나서 다시 마을에 ㄱ 양을 내려줬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ㄷ 씨는 경북의 한 도시에서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ㄷ씨를 입건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얼굴에 타박상 외에는 다친데가 없는 ㄱ 양은 심리적 안정 등을 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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