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부 위해' 미국행…자서전 집필로 '정치 복귀' 염두
자유한국당 인물난 홍 대표에게 기회 올 수도

6·13 지방선거 참패로 자유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한 홍준표(전 경남도지사) 전 대표가 11일 '휴식과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지방선거 직후 페이스북 활동도 자제하며 대외 접촉을 끊다시피 했던 홍 전 대표는 미국에서 약 3개월간 머물며 자신의 정치인생 등을 담은 자서전 '당랑의 꿈'(가제)을 집필할 계획이다.

자서전 제목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장공의 수레를 막아선 사마귀 일화를 뜻하는 '당랑거철'을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훗날 정계 복귀 의지로 해석돼 관심을 모았다.

홍 전 대표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그랬다. 그는 최근 남북·북미 관계와 경제 현실 등에 대한 기존 소신을 재확인하며 "연말까지 나라가 나가는 방향을 지켜보겠다.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을 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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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경남도민일보DB

즉,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은 북핵 폐기 없는 '위장평화 쇼'에 불과하다는, 또 현 정부의 퍼주기 복지, 기업 옥죄기, 소득주도 성장론 등 좌파 경제정책은 결국 이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자신의 예측이 현실화되면 다시금 '홍준표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 복귀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그 자신의 의지는 일단 의심할 필요 없어 보인다. 그냥 패배한 수준이 아니라, 보수정당 역사상 초유의 완패를 당했음에도 정계 은퇴나 근신은커녕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시작"을 언급한 자체가 그렇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는 무서운 사람이다. 스스로 대권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돌아올 거다. 의원직이 없더라도 돌아올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한국당은 최악의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장·충남지사 후보 한 명 못 구해 은퇴한 줄 알았던 김문수·이인제 전 의원까지 재소환해야 했다. 그게 대권 주자일지 아니면 다른 자리일지 예단할 수 없으나 보수정당의 지리멸렬이 지금처럼 계속되는 한 홍 전 대표에게도 기회는 올 수 있다.

물론 반대로 한국당이 나름 환골탈태에 성공하고, 새로운 리더십 아래 똘똘 뭉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설혹 홍 전 대표 예상대로 북핵 문제와 한국 경제가 흘러간다 해도 마찬가지다. 민심이 홍 전 대표에 등을 돌린 건 '홍준표' 하면 떠오르는 '막말' '불통' 이미지와 독선적이고 표독스러운 스타일이 결정적이었지 예측력 부족 탓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핵심 기반인 경남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후보 측 거부로 선거운동 지원조차 못 한 현실이 쉽게 나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내 한국당 한 의원은 "민주당을 봐라. 김경수를 경남지사 후보로 내리꽂긴 했지만 공민배·권민호 등도 어떻게든 설득해 함께 갔는데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창원시장 후보 모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툭 하면 동료 의원 욕하고, 자기 뜻과 다르다고 제명하고, 자기가 한 말 뒤집고 하는 사람을 누가 믿고 따르겠나. 국민이 당으로부터 멀어지고 지지율이 떨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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