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산들이 시작되는 곳 그 산에 가고싶다!


화악산은 밀양의 진산이다. 높이는 932m밖에 되지 않으나 이리저리 뻗어져 영남알프스로 이어지기까지 하는 밀양 산들의 발원이 되고 있다.
화악산은 경남과 경북의 경계를 이룬다. 산 넘어 저 쪽은 경북 청도군이요 이 쪽은 밀양시 부북면이다. 산마루에서 동서로 흐르는 능선은 마치 산책길 같다. 아마 나무들 사이로 꽃냄새 맡으며 들길처럼 걷는 재미로 사람들은 화악산을 찾나보다.
화악산 오르는 길은 부북면 평밭마을에서 비롯된다. 콘크리트 깔린 임도는 오르기는 쉬우나 너무 팍팍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걸으라고 만든 길이 아니라 타라고 만든 길이기 때문에 빙빙 두르게 돼 있다. 대신 사람들은 평밭마을 뒤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산에 오른다.
적어도 화악산에서는, 모든 길은 운주암으로 통한다. 운주암은 말 그대로 구름이 머물만한 정취를 안고 있다. 산마루 바로 아래, 바위 낭떠러지에 자리잡아 전망이 시원하다. 발 바로 아래에는 서늘한 바윗덩이가 깎은 듯이 내리 뻗었으며 100평 남짓한 터전에는 조그만 건물 네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하얀 슬레이트를 인 요사채가 눈에 거슬리고,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들은 제대로 된 절집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번듯하지 않은 게 정겨울 수도 있나 보다. 애써 꾸민 느낌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나 어머니가 등을 누이는, 두고 온 시골집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절간은 조그맣지만 모시는 신물(神物)은 또 얼마나 많은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에서 오른편으로 절벽을 타고 오르면서 산신각과 칠성각까지 지어올렸다. 산신령이 내려와 주석하시는 옆에 칠성님은 밤마다 왕림하신다. 게다가 대웅전과 산신각 사이 물이 솟아오르는 바위틈을 일러 용왕당이라 한다니, 깊은 산골짝에서 동해 용왕님을 만나뵙는 행운을 여기 아니고 어디에서 누릴 수 있겠는가.
운주암에서 산마루까지는 제법 가파르다. 가다가 절간 바로 위 오른편에 집채보다 더 큰 바위가 길게 옆으로 누워 있다. 계곡을 가로막은 형상인지라 틈새로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밑부분은 몸을 숙이고 들어갈만한 동굴을 이루고 있다. 물방울은 다시 바로 아래 바위로 스며들고, 결국에는 운주암의 용왕당으로 샘물이 되어 솟아오른다.
넉넉잡아 20분을 땀흘려 오르면 멀리 왼쪽 산마루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 가는 길 사이사이에는 봄나물을 캐는 이들이 보이는데,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이채롭다.
아마도 화악산이 주는 맛과 멋이 이들 중년의 발길을 끄나 보다. 화악산은 화려한 풍광을 품지도 않았고 눈을 시리게 하는 전망을 주지도 않는다. 운주암 위에서 산마루로 이르는 길은 거의 높낮이가 없이 30분 가량 이어진다.
물론 능선 좌우로 펼쳐지는 경치가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숲은 너무 짙고 색다른 느낌을 주는 바위나 너덜도 없다. 다만 오솔길을 에워싼 나무들과 발 아래를 간지럽히는 풀들이 풍성할 뿐이다.
화악산은 바로 이 맛이다. 식구들끼리 산책하듯이 오를 수 있는 산. 부부가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걷는 산. 잠시 운주암에 들러 샘솟는 약수 한 통 담아 들고 골짜기를 오를 수 있는 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풍기는 꽃향기가 몸과 마음을 다함께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이다.



△가볼만한 곳 - 가산 저수지

밀양 화악산 들머리에는 가산 저수지가 있다. 보통 큰 것이 아니라 짐짓 수평선이 보일 정도다. 가산못은 월산.퇴로.위양.대항 등 네 개 마을에 걸쳐 있다.
가산못은 낚시꾼들에게는 꽤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 쉬었다 가도 좋은 곳이다. 화악산 쪽으로 가다가 고개를 돌려 위양 마을에서 들어가면 우거진 솔숲이 발길을 맞는다. 못 따라 정겨운 흙길이 나 있어서 산책하기에 딱 알맞다.
저수지 한가운데에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길게 언덕바지가 뻗어나와 있다. 마치 자라 모가지 같은 모양인데 여기로 이르는 길목에는 낚시꾼들이 옹기종기 무리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라 모가지의 머리 부분에는 용호정이라는 그럴듯한 정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앞뜰에 이르러 고개를 돌려보니 가산못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 대청마루에 한 번 걸터앉고 싶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뜻대로 할 수가 없다. 일없이 노는 양반 입장에서 볼 때는 참 좋은 데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가산저수지는 쓸만한 솔숲을 곳곳에 숨겨놓고 있다. 잘 뻗어 오른 나무들 덕분에 지나가는 바람이 쏴아쏴 소리를 낸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젊은 남녀 2쌍이 수풀 가운데 자리를 깔고 앉아 얘기에 열중이다.
낚시꾼의 낚싯줄이 오랜만에 팽팽해졌다. 뭔가 단단히 물렸나보다. 그런데 끌어올려 보니 웬 걸 물풀과 뒤얽힌 쓰레기가 아닌가. 지나가다 발길을 멈추고 지켜보던 한 아이는 터지는 웃음을 감추느라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킥킥거리고, 어른 하나는 혀를 차면서 자업자득이라고 조그맣게 한 마디를 던진다.


△찾아가는 길

창원에서는 도계동으로 해서 오른쪽 국도 25호선에 올리면 되고 마산에서는 남해고속도로 동마산이나 서마산 나들목에서 부산쪽으로 들어가 동창원 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김해 진영이다. 여기서 밀양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국도 25호선은 밀양시내로 들어가 국도 24호선을 만난다. 화악산은 여기서 국도 24호선을 타고 왼쪽으로 가야 한다. 부북면 소재지와 밀양연극촌이 잇달아 손님을 맞는다. 조금만 더 가면 대항마을 들머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꺾어든 다음 조금 가다 보면 오른쪽 갈래길로 틀어서 가야 한다. 왼쪽 길로도 운주암 화악산에 갈 수 있지만 길이 안 좋아 고생하기 십상이다. 진주에서는 2번 국도를 따라 마산까지 온 다음 25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화악산을 찾아도 좋다. 진주에서는 차편이 없어 마산 와서 갈아타야 하지만, 마산~진주는 5분마다 한 대씩 버스가 다니므로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055-256-1621)에는 아침 6시 30분부터 저녁 8시 40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밀양 가는 버스가 다닌다.
아니면 기차를 탈 수도 있다. 마산서는 새벽 4시 34분부터 6시 10분.7시 20분.8시 37분. 10시 54분.12시 10분.오후 2시 2분. 5시 23분. 5시 58분 .10시 15분 차편이 있고, 진주서는 아침 7시 15분. 9시 35분. 12시 40분. 오후 4시 15분 네 번 기차가 떠난다.
돌아오는 차는 밀양역에서 12시 24분. 오후 3시 1분. 3시 59분. 5시 3분. 6시 59분. 7시 21분. 7시 57분. 9시 9분. 9시 45분에 있는데 진주까지는 첫차와 막차 5시 3분 발 기차가 간다.
밀양시내서 화악산 들머리까지는 시내버스로 갈 수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아침 7시 35분을 첫차로 8시 45분. 10시 47분 .11시 45분. 12시 45분에 버스가 닿고 오후에는 3시 15분. 4시 15분. 5시 15분. 6시 55분. 7시 35분 다음에 8시 20분 막차가 나간다. 나간 버스가 그대로 돌아오니 앞의 시각에다 10분 정도 더해 나오는 차편을 계산하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시내버스로 갈 때 알아둬야 할 것 하나, 자가용으로 갈 때와 달리 대항까지 가지 말고 위양과 퇴로 사이에서 내리면 산행의 기점인 평밭마을이 가깝다. 버스 기사한테 화악산 가는 길을 물어보면 알아서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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