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벌점 현금거래 같은 잘못된 관행
비리 거부 등 사회적 노력 새 관행 기대

"앞에 가는 갱찰 아저씨~ '주리' 주고 가이소!" 사실 확인은 몹시 어려웠지만 옛날에 꽤 많이 들었던 에피소드다. 난전에서 달걀 팔아 근근이 먹고살던 달걀장수 부부가 경찰에 잡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벌점 받으면 생계가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절반은 돌려주겠단 약속 믿고 그냥 현금 거래를 했는데 문제가 생겼단 얘기다. 그 시절엔 고속도로에서도, 일반도로에서도 교통순경들의 영업(?) 활동이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나 영화 <공공의 적> 같은 옛이야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할머니! 어디 갔다 오셨어요?" "몰라~ 오데 갔다 왔능가도 모리것다. 바끼 안 보이는데 우찌 아노?" 오래전에 효도 관광 다녀오신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처음 버스 타면서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줄곧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만 추어서 어디를 갔다 왔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와서 근절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고속 노래방' 관행이다. 왜 고쳐야 하고,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고 있어서 일어난 일들은 학교 사회에도 흔했었다. "학생 한 명당 1000원이면 되겠죠?" 수학여행 갈 때나 수련원 입소했을 때 학생들 숫자에 맞춰 교사들에게 웃돈 챙겨주던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부끄럽게 고백하지만 학교에서 내려오던 꽤 오랜 관행이었다. 받은 돈으로 밥 한 끼, 술 한 잔 하는 게 전부였지만 그땐 거부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학생들의 엄청난 원성 들으며 하던 보충수업도 거의 반강제로 진행했었다. 교장 선생님은 수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한 번씩 어슬렁거리다 꽤 많은 돈을 간접수당 명목으로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교무실에서 대놓고 담배 피우던 일도 허다했다. 교사 책상 위에 재떨이가 놓여 있기도 했다. 모두 무지함과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기막힌 생각이었고 행동이었다.

단언하건대 이제 경찰 사회, 학교 사회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모습들이다. 경찰들은 엄정한 잣대로 법에 따라 처벌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 위한 교육 활동 아니면 '눈먼 돈'은 철저히 거부한다. 그냥 우스갯소리 할 때나, 아재들 술자리 안주 수준으로 남아 있는 소재들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최근 뉴스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루어지는 기막힌 관행들이 아직도 엄청나게 자행되고 있다 한다. 주로 특수활동비 쓸 수 있는 높은 자리 앉아 있는 분들 이야기다. 알고 보니 특수활동비는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눈먼 돈'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를 쓰고 그토록 높은 자리 오르려 애썼던 모양이다. 특수활동비 쓰는 높은 분에게는 출퇴근 관용차량도 제공되고 기사까지 따라나오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시간에도 자기 마음대로 관용차량 사용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해진다. 자꾸만 반복되는 채용 비리도, 국회 쪽지 예산도, 승진 비리도 관행이란 이유로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관행(慣行)은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행위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잘못된 관행으로 굳어지게 된다. 문제의식 가지지 않으면 누구나 해오던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윤병렬.jpg

반면에 관행(觀行)이란 불교 용어도 있다. 마음으로 진리를 비추어 보고 그 진리에 따라 실천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제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이미 사라진 관행도 많을뿐더러 남아 있는 관행을 고치려는 노력도 늘고 있다. 이제라도 해묵어 굳어진 오래된 관행은 뜯어고치고 새로운 관행(觀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사회를 바라보며 실천해 나가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나부터 다짐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