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대책 '단골메뉴'상반기 50% 이상 당겨 써
하반기 '일감부족' 부작용, 실적용 탁상행정 비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재정 조기(신속)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현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이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이어가는 분위기다.

'재정 조기집행'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등장했다. 이는 '매해 상반기 지출 극대화로 경제 조기 활력'에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지자체 각종 세부사업이 하반기, 특히 관행적으로 연말에 쏠리는 것에 대한 '균형추' 목적도 있다. 주된 분야는 시민의 체감도가 높은 △SOC사업 △일자리사업 △서민생활안정 등이다.

정부는 이를 독려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조기집행'을 평가하고 특별교부세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에 평가 분야를 '일자리사업'만 한정해 진행했다. 경남도는 여기서 최상위권 평가를 얻어 인센티브 5000만 원을 확보했다. 기초지자체인 거제시·함양군은 최우수, 창원시·함안군은 우수 평가를 받았다.

경남도는 올해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대상액 6조 2590억 원 가운데 4조 549억 원을 집행, 달성률 64.78%를 기록했다. 이는 행정안전부 권고 기준인 57.4%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목표액 대비로는 111.78%였다.

창원시도 올해 상반기 7389억 원을 집행, 목표액인 6792억 원 대비 108.80% 초과 달성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일자리 관련 사업과 SOC·시설비 사업 집행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현장 목소리는 큰 온도 차를 나타낸다. 특히 건설업계는 오래전부터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각종 사업이 상반기에 몰리는 데 따른 하반기 일감 부족이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체는 1년 내내 고른 물량을 원한다. 하지만 재정 조기집행 때문에 상·하반기 큰 차이를 보여 경영 애로로 이어진다. 하반기는 심하게 말하면 쫄쫄 굶는 격이다"고 했다. 한 일용직 노동자는 "상반기 일감이 몰리면 노동력 부족으로 일당이 올라가는 부분도 있다. 반대로 하반기는 실직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상반기 공사 집중은 비용 증가를 동반한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이 몰리다 보면 시세 혼란도 뒤따른다. 즉 자재·장비·인력은 제한돼 있는데 한꺼번에 써야 하기에 수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비용 급등과 더불어 공기 지연·부실공사 우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업체 비용 발생 부담도 있다. 창원지역 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자체 발주 부서에서 협조를 요청하면 선급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때 일종의 보증 수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작 선급금을 받아도 공사를 마쳐야 사용할 수 있기에, 이 돈은 고스란히 통장에 잠자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부정 발생 소지 때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러한 부작용뿐만 아니라 원래 취지인 '경기 부양 효과' 또한 현실과 거리 멀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연간 따졌을 때, 전체 공사 발주량 자체는 그대로다. 결국 '경기 활성화'는 어불성설이다. 단지 아랫돌 빼서 위에 얹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도 "자치단체 실적을 위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 또한 속앓이 하는 분위기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이 몰릴 때는 퇴근도 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전했다.

경남도는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역 경기가 연초에 좋지 않을 때 각 시·군에서 자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말을 아끼며 공과 부분을 정부 부처로 돌렸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과거 하반기에 쏠리던 예산이 신속집행 시행으로 이제 상·하반기 50대 50 균형을 맞추고 있다. 지역 주민에 녹아드는 긍정적 부분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재정 신속집행 추진 지침'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또한, 지자체의 실적 위주 경쟁을 완화하고자 평가에서도 인센티브를 축소하고, 과거처럼 서열화해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며 개선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또한 정부 정책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기에, 내년에도 계속 이어갈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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