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자신 한계를 뛰어넘는 힘의 원천
자율성과 자존감 부여돼야 동기 생겨

최근 10대 고교생을 대상으로 랩 음악을 잘하는 학생을 가리는 <고등래퍼2>라는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 있다. 두 달에 걸친 경연에서 김하온, 배연서, 이병재, 조원우 학생이 최종 4인에 뽑혔다. 이들이 불렀던 랩은 음원차트 1위를 할 정도로 청소년과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 이 4명은 래퍼라는 점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중퇴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는 그 유명한 하버드대학을, 스티브 잡스는 미국의 리드 대학을 중퇴했다.

이들은 왜 학교를 자퇴했을까? 제도권 교육에 적응을 못 해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일까? 빌 게이츠가 말하길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시종일관 끝마칠 때까지 충실해라"라고 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모든 것은 쉬워진다"라고 말했고, 스티브 잡스는 "내가 계속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고등래퍼 4인은 "연필을 잡은 시간보다 마이크를 잡은 시간이 더 많았다"고 했다.

이들의 말에서 우리는 열정, 집중, 몰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매킨토시를 만들려고 차고에서 주 90시간을 넘게 일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달리고, 좁은 녹음실에서 먹고 자면서 노래만을 연습했다. 유추하건대 이들은 자신들이 뜻하는 일에 '몰입'하면서 나머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학교도 중퇴했을 것이다.(필자는 몰입을 위해 학교 중퇴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심리학자는 몰입 상태에서는 모든 역량이 현재 과업에 거의 전부 투입되기 때문에 과업 이외의 활동에 대한 인식이 현저하게 약화한다고 한다. 이러한 집중은 억지로 노력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제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칙센트미하이는 창조적인 사람의 3가지 요건으로 전문지식, 창의적 사고와 더불어 '몰입'이라고 했다. 이처럼 창의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예술가, 과학기술자 등에게 몰입은 더 필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몰입은 한계를 넘어서는 힘이다.

그렇다면, 몰입은 어떠한 경우에 나타날까? 몰입은 수행자 자신이 업무를 선택ㆍ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질 때 이루어진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더 몰입할 수 있다. 몰입은 즐거움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자체가 내적 동기에 의한 자발적 속성이 강하다. 따라서 과업에 대한 자율성을 수행자에게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몰입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과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더 많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을 찾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만을 찾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과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과업의 중요성, 필요성 그리고 기대감 등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과업에 대한 '자긍심'과 수행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다. 아울러, 과업의 중대장후한 결과보다는 진행 과정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보상)을 통해 작은 성취감이라도 자주 느껴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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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부모는 자녀에게 공부몰입을, 기업은 직원에게 직무몰입을, 정부는 연구자에게 연구몰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채근과 유인책으로 집중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몰입과 성과를 논하기 이전에 수행자에게 자율성, 자긍심, 자존감을 얼마나 부여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율성, 자긍심, 자존감이 충만할 때 학생도, 직장인도, 연구자도 혹독한 노력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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