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학생 '윈윈' 환경 마련해야
열정페이 요구하는 대외활동 많아

대학 신입생 때, 두어 학년 선배들이 꿀팁(유용한 조언)을 전수해주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있었다. 수강신청부터 학점까지 모든 개념이 새로웠지만 나에게 가장 낯선 단어는 선배들이 입을 모아 '2학년 때가 최적의 시기야!'라며 일러 준 '대외활동'이라는 말이었다. 대학생 대외활동은 서포터스 활동, 인턴십부터 교육 프로그램 참여, 강연, 교외 동아리 활동 등 말 그대로 대학 외부 조직에서 하는 활동들을 통칭한다.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대외활동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 높다. 올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서 대학생 849명을 대상으로 대외활동 관련 설문조사를 했더니 67.3%가 '대외활동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활동에 참여한 동기를 묻는 문항에는 49.2%가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서'를 선택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대학생 대외활동'을 검색하면 대외활동이 스펙이 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일은 없다. 다만, 진로와 관련된 대외활동을 자기소개서에 잘 녹여내는 경우엔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스펙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대외활동과 취업의 상관관계는 확실한 답이 없는 유령처럼 대학생들을 은근히 옥죄고 있다.

대학에서는 쌓을 수 없는 스펙, 즉 기업이 원하는 '경험'을 얻으려고 대외활동을 찾는 대학생이 많아지면서 이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대외활동들이 활개치고 있다. 활동에 필요한 사전교육도 없이 취재와 마케팅 활동 혹은 행사 진행을 요구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취재를 요구하고서는 교통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모집 공고에서는 한 달 활동이라 기재해두고서는 발대식에서 1년짜리 활동이라고 못 박는 막무가내 기업도 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패기 있게 참여한 대학생들도 의욕을 잃고 팀 프로그램에 무임승차해버려 서로에게 짐이 되기도 한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대외활동 수준 격차도 불가피한 문제점이다. 내실 있는 대외활동을 주최하는 기관은 대부분 서울에 자리 잡고 있어 면접도, 회의도, 활동도 모두 서울에서만 진행된다. 지방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차표를 사고, 서울에서 숙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하기 힘들다. 몇몇 활동은 아예 지원 대상을 수도권 거주자로 제한한다. 자연히 대외활동을 통한 경험의 지역 격차도 생긴다.

그런데도 대외활동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데는 기업과 학생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효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대외활동은 청년 세대와 기업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직무와 관련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고, 대학생들은 배운 지식을 활용해 더 전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은 경험을 쌓고, 기업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내부인력이 어쩔 수 없이 가지는 사고의 경직성과 획일성을 보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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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방향으로 동행하려면 대학생들은 막연하게 스펙을 쌓으려고 뛰어들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적합한 활동인지, 믿을 만한 기관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 활동인지를 판단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 시작은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하거나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활동이 아니라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기업의 노력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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