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규제 없어 위법 만연…선관위 "문제점 국회 건의할 것"

트럭을 개조한 선거 유세차량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불법을 묵인하는 공직선거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차량을 구조변경하려면 시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 승인을 받아야 한지만 사람이 올라타 선거운동을 하도록 화물차량을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직선거법에는 유세차량에 선관위 표지 부착, 확성 장치 1대만 부착 등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개조나 안전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오랫동안 선거 때마다 트럭을 불법개조한 유세차량이 사용돼왔지만 선거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나 차량 관리를 하는 자치단체 모두 손을 놓고 규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때 불법 유세차량에 쓰인 돈도 선거비용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811명 중 604명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 15% 이상 득표한 514명은 전액 보전받고, 10% 이상 15% 미만을 득표한 후보자는 절반을 돌려받는다. 불법 차량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는데도 국민 세금으로 비용을 보전해줘 불법을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비용 보전안내서'에 따르면 유세차량은 급에 따라 보전금액 산정액이 다르다. 1일 기준으로 1t 트럭은 16만 7000원, 2.5t은 25만 5000원, 5t은 34만 1000원, 소형버스와 대형버스는 각각 23만 4000원과 33만 3000원 등이다. 이 외 앰프, 휴대용 확성장치, 무대 연단, 발전기 등 추가 항목이 있다.

1t 트럭에 가장 규모가 작은 확성기와 운전기사 수당 등을 더하면 하루 199만 151원이다. 가장 작은 규모로 산출한 1일 유세차량 선거비용은 선거운동 기간 14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786만 2114원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세차량도 선거비용 보전 항목에 포함된다. 후보자가 어떤 차를 쓰고 며칠이나 운행했는지에 따라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한 뒤 국회에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라면서도 "개정 의견이 될지 단순 의견 전달이 될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한시적 허용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불법인 차종 간 튜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경찰 역시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창원서부경찰서는 선거 유세차량 불법 개조 혐의로 중고차 딜러 11명, 무허가 업체 4곳의 차량 개조업자 11명, 차량 대여자 62명 등 모두 84명을 입건해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법상 선거 유세차량은 후보자의 연설·대담이 가능한지 여부만 따진다. 유세차량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과 자동차관리법 등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등록과 허가에 대한 법률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입법기관을 뽑는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법률을 위반하면서 국민 지지를 얻는다는 모순점이 발생하는 만큼 차량 등록과 허가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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