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 수 없었던 그녀들 이야기

27명. 국내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제 재판을 다룬 <허스토리>(감독 민규동)가 개봉하면서 이보다 앞서 위안부를 다룬 영화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충분히 다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들.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2017)는 위안부라는 소재를 코믹과 접목해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배우 나문희)은 구청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민원을 넣는다. 누구도 그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어느 날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배우 이제훈)가 등장하면서 둘의 기 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옥분은 민재의 영어 실력에 감탄하고 그에게서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옥분은 미국에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는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한 2007년을 배경으로 한다.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김현석 감독이 1980년 광주를 코믹 영화 <스카우트>로 말하듯 자연스럽게 무거운 이야기를 끌고나간다.

영화는 새로운 여성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배우 나문희는 이 영화로 그해 여성영화인상에 선정됐다.

<눈길>(감독 이나정, 2015)과 <귀향>(감독 조정래, 2016)은 재현의 방식으로 위안부를 다룬 영화다.

<눈길> 포스터.

<눈길>은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게 된 두 소녀의 이야기다. 영화는 매일 서로 안녕을 묻는 두 아이를 대비시키며 아주 슬프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전시하지 않고 폭력 장면을 배제해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KBS에서 선보인 2부작 특집극을 재편집해 개봉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그 시대를 배경에 두고 소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조정래 감독은 뒷이야기와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이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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