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회담 이어 도로회담 빠른 진전
막힌 길 뚫고 오가면 모두 잘살게 될 것

멕시코 재무장관이 우리 재무장관인 김동연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와 "고맙다. 만나면 밥을 사겠다"하며 벙글거리는가 하면, 대사관으로 떼 지어 몰려간 멕시칸들이 우리 대사를 목말 태우는 진귀한 사태가 벌어졌다. 16강에 오르고도 조롱거리가 된 일본과 탈락했음에도 마치 결승에라도 오른 듯 나라 안팎이 들썩이는 극명한 대비가 이번 월드컵이 낳은 아이러니요, 묘미다. 그런 떠들썩한 와중에 남북 간에는 또 하나의 회담이 조용히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간 도로협력회담'이 그것이다. 지난번 철도회담에 이어 도로문제까지 마저 다뤘으니 그간 막혔던 육로의 교통수단에 관한 현안은 두루 점검한 듯하다.

맘 같아선 '새마을운동'에다 '천리마운동'까지를 섞어 진도를 내 삽시간에 끊어진 혈맥을 이었으면 좋겠다. 무슨 '운동'이란 것의 용처란 이럴 때 써서라야 강제나 동원의 혐의를 벗고 모두의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신명 나는 파동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간 막혀 생겼던 경화를 치유하고 신선한 '피'가 말초까지 두루 도달케 하면 오죽이나 좋을까. 남북이 대치를 끝내고 오가며 서로 나은 점을 나누고 북돋우면 능히 함께 잘살게 될 것임은 누가 봐도 실현 가능한 전망이다. 그러나 그런 경제적 협력을 위해 우리가 오가는 것도 우리 의지만으로 결행할 수 없는 것이 못난 현실이다. 남북의 정상이 뜨거운 눈길을 나누고 포옹을 했지만 북한의 '경제제재'라는 현실적 장치가 해제되기 전에는 운신이 어려운 것이 엄연한 실제다.

그간 남북 당국이 체제경쟁에서 우월함을 증명해 민심의 동요를 막으려는 심산으로 행했던 허세와 과장과 속임수는 서로에게 불신과 적대감을 쌓게 하는 만구 어리석은 짓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판문점 만남에서 북한의 열악한 교통 환경을 솔직히 고백한 것은 그러므로 외려 그 '진솔함'을 믿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서로 날래 오가고자 하나 그간 북의 형편이 어려워 철길이나 찻길이 한참 낙후되어 있으니 그것부터 손봐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부터가 대단한 진전이다. UN 제재가 풀리도록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동해선·경의선의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선행 사업으로 북측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이른 시일 내에 하자는 약조가 지난 만남에서의 합의였다.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에 이어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도 한단다. 그러고는 도로 또한 개성∼평양 간의 도로와 고성∼원산 간 도로의 현대화를 위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독일 대전의 와중이었다.

남북 분단이 고착되거나 그 사이의 갈등이 첨예할수록 외려 주머니가 두둑해져 호의호식하던 자들의 저항이 갖은 논리로 포장되어 끊임없이 보도된다. 평화 분위기로 무기 판로가 막힐 것을 염려하는 미국의 군비 산업체에 한반도의 평화는 곧 재난일 것이다. 그들의 막강 후원을 받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 명색은 의당 스폰서의 존립을 위해 복무하느라 교란의 선봉에 선다. 그래서 쉼 없이 시끄러운 미국 조야의 소란함을 베껴와 퍼뜨리는 것이 이 땅의 기득권자들이다.

홍창신.jpg

70여 년 '안보'라는 불멸 불패의 카드로 대중을 위협해 '편한 밥'을 먹던 이들이 잠자코 숟가락을 놓을 리 만무하다. 그 세력의 전위에 선 이른바 '전문가'들이 TV에 나와 궤변을 늘어놓는다. 아직도 몇몇 신문과 방송이 작정하고 나서면 세론을 조작할 수 있으리란 망상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