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고차 딜러·차량 개조업자·대여자 등 84명 입건
선관위 "단속권한 없어", 지자체 "선거물품 훼손 어려워"

선거 때마다 출마자들이 트럭을 개조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유세차량이 불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6·13 지방선거 때 쓰인 유세차량은 전국에 1만여 대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선거 때마다 유세차량이 사용돼 왔지만 선거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나 차량 관리를 하는 자치단체 모두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불법 유세차량을 규제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에도 허점이 있다.

창원서부경찰서는 선거유세차량 불법 개조 혐의로 중고차 딜러 11명, 무허가업체 4곳의 차량 개조업자 11명, 차량 대여자 62명 등 모두 84명을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차량 소유주는 선거운동기간에 대당 100만 원에서 최대 400만 원을 받고 차를 빌려줬고, 딜러들은 무허가 업체 4곳에 차량 102대를 넘겨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 유세차는 트럭 위에 구조물을 덧대 만든 임시차량이다. 공직선거법상 유세차량 개조나 안전에 관한 규정은 전무하다. 사진은 지난 5월 창원시 한 유세차 제작업체 마당에 완성된 유세차들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차량 대여자 62명은 자동차관리법 제53조, 중고차 딜러와 차량 개조업자 등 22명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상당수 유세차는 1~2.5t의 소형 트럭 위에 구조물을 덧대 만든 임시차량이다. 측면이 개방된 트럭 위에서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은 앰프시설과 전광판을 이용해 지지를 호소한다. 안전시설물이라곤 난간밖에 없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트럭을 개조해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 34조에 따라 차량을 개조하려면 시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승인 절차를 담당하는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경남지역에서 선거기간 승인 요청이 들어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게다가 차종 간 개조는 현행법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승인 요청이 있어도 승인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선거 유세차량은 특수자동차 유형에 속해 화물운반을 목적으로 하는 화물자동차와는 유형이 다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차종 간 튜닝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며 "공단이 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한시적으로 선관위에 등록된 차량은 구조변경을 허용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차량 개조와 관련해 자동차관리법이 구조변경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공직선거법 79조는 선거 유세차량에 선관위 표지를 부착해야 하고, 확성 장치 1대만 부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유세차량의 개조나 안전에 관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방법만 정의해놨기 때문에 유세차량의 구조변경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며 "차량에 교부하는 표지도 신청만 하면 후보자마다 1대로 제한해 발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관위에 단속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불법개조 차량임에도 후속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법과 타 법률이 겹치는 경우에 나서서 별도로 제한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건물에 붙인 현수막이 창문을 가려 일조권이 침해받는다고 하면 입주민과 후보자가 원활하게 협의하도록 권고만 하고 있다"며 "선거운동의 자유가 있어 떼라고 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도 유세차량의 불법개조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았다. 현행법에 맞지 않아도 선거 물품을 훼손할 수 없어 규제·단속이 사실상 어렵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유세차 개조업체 관계자는 "20여 년간 관행처럼 유세차량을 튜닝해서 사용했던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선관위에서도 제재 한 번 없었고 단속 한 번 당하지 않았다. 결국, 무지에서 비롯한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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