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파는 가게에서 생각 나누는 놀이터로
5월까지 대규모 리모델링
높고 답답했던 서가 없애고
카페 등 머무는 공간 확보
'여서재'규모 대폭 확대
전담 팀장·스토리텔러 채용
인문학 강연·아카데미 마련
지역커뮤니티공간 탈바꿈

요즈음 지역 서점과 출판사 몇 곳이 내부를 새로 꾸몄다. 다들 책을 읽으며 머무르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중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의 변화가 가장 크다. 내부는 물론 심벌마크까지 싹 바뀌었다. 책이 빽빽한 동네서점에서 여유 있고 편안한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들 공간을 둘러본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심벌마크

진주문고는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올해 5월에야 마무리가 됐다. 서점 운영이 힘든 시대다 보니 아예 문을 닫고 공사를 할 수 없어 진척이 느렸다. 어쨌거나 새로 단장한 진주문고는 전반적으로 산뜻하다. 천장 색깔이나 조명도 한결 편해졌고 책을 펼치고 눌러앉을 공간도 늘었다.

우선 1층에는 아동, 생활, 잡지로 분류된 책과 문구류가 배치됐다. 높은 서가를 없애 탁 트인 공간감이 좋다. 한쪽 구석에는 계단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하게 꾸며져 있다. 입구 옆에 카페도 들어서 아늑함을 더한다. 이름은 진주카페다.

지난달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열린 강연에 자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여서재는 새로 단장한 진주문고 핵심 공간이다. /이서후 기자

2층은 청소년, 학습, 수험 관련 서적이 들어섰다. 서가 배치가 독특하다. 분류가 잘돼 있고 널찍하니 이전보다 훨씬 문제지나 참고서를 찾기 편해졌다. 그리고 2층에는 문화 공간 여서재가 들어섰다. 원래 3층에 있던 조그만 문화 공간인데, 2층으로 옮기고 문화 활동과 강연을 하기 좋도록 꾸몄다. 3층에는 문학, 인문, 예술, 과학 관련 책들이 있다.

내부 공사와 함께 20여 년을 쓰던 심벌마크도 바꿨다. 기존 심벌마크는 경상대 미술교육과 산학협력으로 만든 디자인에 신영복 선생이 쓴 글씨를 아래에 넣은 것이었다. 새 심벌마크는 사람 손 모양과 비슷한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이다. 포인트인 엄지 부분은 서가에 기대 책을 읽는 사람 모양에서 가져왔고 나머지 손가락 부분은 서가에 꽂힌 책을 상징한다. 이는 평소 진주문고를 관심 있게 지켜본 북디자이너 정병규 씨가 만들어 준 것이다.

진주문고 새 심벌마크.

◇아카데미 문화 공간 여서재

진주문고 변신의 핵심은 여서재(余書齋)일 테다. 진주문고가 야심 차게 준비한 공동체 방식의 복합 문화 공간이다. 운영을 위해 전담 팀장과 스토리텔러를 채용했다.

여서재에서는 리모델링이 한창이던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철학, 문학 등 인문학 강연과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최근 것만 살펴봐도 한국 철학의 뿌리를 찾아서, 니체와 함께 춤을, 철학자가 안내하는 음악 소풍, 도가의 사유를 만나다 등 제법 인문학적 깊이가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일단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올해 첫 행사로 지난 4월 열린 조경국 작가의 강연과 지난달 열린 맹문재 시인의 김수영 시인 강연을 참관했는데 모두 만석이었다. 준비한 의자가 모자라 창고에서 의자를 내와야 할 정도였다.

진주문고 1층에 있는 진주카페 모습. /이서후 기자

여서재는 지역 중소 서점으로서는 큰 모험이다. 아직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앞으로 지역 서점이 가야 할 방향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진주문고가 운영하는 회원제 북클럽 '진주문고 친구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매달 소설책 한 권을 선정해 회원에게 보내주는 방식이다. 독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디지털 시대에도 책에 담긴 정신과 가치를 믿고 추진하는 일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다음과 같은 선언에 그 희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

"이제 진주문고는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고 선언합니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지역커뮤니티공간이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는 일상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여서재 아카데미와 강연 등 자세한 문의는 진주문고 김남웅 팀장(010-5693-5040)에게 하면 된다.

진주문고 1층에 마련된 책 읽는 공간 모습.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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