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뜬공에 주자 득점시 해당
타율·타수에 영향 끼치지 않아
가장 쉬운 득점 패턴으로 각광

'외야 깊숙이 뻗어나가는 공 하나만 있으면 좋을 텐데요', '희생플라이 하나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 중 하나가 '희생플라이'다.

그 이름처럼 '희생'이 들어간 이 공은 노아웃이나 원아웃에서 3루 주자가 태그업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외야 깊은 곳으로 날려 보낸 뜬공을 말한다. '나는 죽더라도 너는 살린다'는 비장함(?)이 느껴지는 이 타구는 때론 가장 쉽게 득점을 올리는 방법이자 팀을 승리로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야구규칙에 따르면 희생플라이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기록한다. 기본은 무사 또는 1사 때 타자가 친 뜬공·라인드라이브를 외야수나 외야 쪽으로 나간 내야수가 포구하고 나서 주자가 득점하였을 때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득점과 바꾼 상황. 야구는 '희생플라이'로 인정한다. 이 예는 타구가 파울플라이볼일 때에도 적용한다.

다른 예도 있다. 무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타자가 친 뜬공을 우익수가 놓쳤을 경우다. 이때 3루 주자는 쉽게 득점하였으나 1루 주자는 우익수가 재빨리 주워 던진 타구에 2루에서 포스아웃됐다면? 이럴 때는 기록원 판단에 따른다. 가령 '그 타구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았다 하더라도 포구 뒤에 주자는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다'는 기록원 확신이 선다면 이는 희생플라이로 기록한다.

희생플라이와 엮인 일화도 많다. 최희섭이 올린 2타점 희생플라이가 그 중 하나다. 때는 2007년 7월 14일 잠실에서 열린 KIA와 LG전. 이날 최희섭은 1회초 무사 만루에서 우중간 깊숙이 큼지막한 플라이 타구를 날렸다. 그 과정에서 3루 주자는 여유 있게 득점. 하지만 어렵게 타구를 잡은 LG 외야수 발데스의 중계플레이가 느슨한 점을 파고들어 2루 주자였던 김종국마저 홈으로 달려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최희섭은 김종국의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 덕분에 외야뜬공을 치고도 2타점을 쓸어담는 행운을 누렸다.

정수근의 발이 만든 희생플라이도 있다. 2002년 7월 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 경기. 8회 초 두산 공격에서 정수근은 3루에, 타석에는 안경현이 들어섰다. 정수근은 안경현 타구가 2루수 뒤쪽으로 높이 뜨자 3루를 밟고 서 있다가 타구가 포구됨과 동시에 홈 쪽으로 일단 스타트를 끊었다. 계속해서 홈으로 갈 생각은 없었던 정수근은 3분의 1 정도 달리다가 일단 멈칫거렸다. 그 사이 외야 쪽에서 타구를 잡은 삼성 2루수 박정환은 공을 들고 3루 주자를 쳐다보았으나 정수근이 홈으로 계속 달리지 않는 것을 보고 일순간 마음을 놓았다. 그 순간 정수근은 재차 홈으로 달려들었고 이에 깜짝 놀란 박정환이 급히 홈 송구했으나 정수근은 간발의 차로 세이프되었다. 타자 안경현은 '공짜와 같은 타점'을 얻었고 정수근은 득점을 올렸다. 물론 박정환은 바로 다른 야수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발 하나가 만든 '웃픈' 희생플라이였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희생플라이는 한 경기에서 몇 번씩 나오기도 한다. 외야 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볼 때, 누군가는 홈런·안타를, 다른 이는 깔끔한 아웃을 꿈꾼다. 혹 타구가 잡히더라도 3루 주자만큼은 득점할 수 있길 바라거나 뛰지도 못하고 꽁꽁 묶이길 염원하는 사람도 있다. 느릿느릿 멀리 뻗어가는 타구에 담긴 갖가지 생각이 야구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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