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한송이 261명 꿈 담은 '육필시'
도내 학생·교사 작품 함께하는 등 '세월호 기억' 산교육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261명이라는 것을 기억하지만 261명 한 명 한 명 이름을, 261가지 꿈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단원고 희생자 261인 기억 육필시'를 여는 이유다.

'기억 육필시'는 안도현·도종환 등 교육문예창작회 시인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61명 한 명, 한 명의 삶과 꿈을 육필시로 담은 것이다. 경남도교육청 전시장에 들어선 261명 단원고 학생과 교사는 참사 이전, 수학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재잘거리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 4·16 기억저장소는 국회를 시작으로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을 순회하며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 전시를 연다. 도교육청은 27일까지 전시한다. 특히 경남예술고·마산무학여고·남해산업정보고·김해 월산중학교 4개교 학생들 협동 작품 30여 점과 마산여고 김선아 교사를 비롯한 도내 미술교사 16명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단원고 희생자 추모 261인 기억 육필시 전시 및 경남교원 16인 추모전이 2일부터 27일까지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다. 3일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학생의 어머니인 이지성 기억저장소 소장 등이 경남도교육청 복도에 전시돼 있는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세월호는 침몰하였고/ 진실도 침몰시켰으며/ 나는 설마 하며 침묵하였는데// 원수 같은 쇳덩이도 건져내었고/ 진실도 건져낼 수 있지만/ 그대는 끝내 건져낼 수 없도다/ 해마다 그 봄이 찾아오고/ 새로이 꽃이 피고/ 별과 달이 같이 또다시 떠도/ 한 바가지 물도 퍼내 보지 못한 채/ 잔인하도록 안타까이 그대를 보냈으니/ 나 어찌 그대를 잊으리오'

경남전을 기념하며 전시를 맡은 조정희 장학사가 빚진 마음을 표현한 시다.

경남예술고 애니과 1학년 24명은 '단원고 벗들의 추억'이라는 협동 작품을 냈다. 이 중 바닷속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끝내 학생이 잡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은 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세월호를 가슴에 안은 학생의 모습을 그린 이민지 학생은 "세월호 침몰 때 어리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히려면 사람들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세월호를 안은 모습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옆에서 작품 설명을 듣던 이지성 4·16 기억저장소 소장(고 김도언 학생 어머니)은 민지 학생 어깨를 쓸어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학생의 어머니인 이지성 기억저장소 소장이 경남도교육청 복도벽에 설치돼 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 소장은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엄마·아빠들의 슬픔이, 아픔이, 분노가 대한민국을 바꾸는 희망이 되길 기원한다. 한 명 한 명 희생자 이름과 꿈을 기억해주시고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는 길에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달라"고 당부했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 부산 등 교육청 전시를 했지만 학생·교사 작품을 같이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큰 힘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왔다. 학교에서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교육청과 지원청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왜곡된 진실을 밝혀나가는 이 길을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양옥자(고 허재강 학생 어머니), 윤명순(고 한고운 학생 어머니) 어머니는 전시회 개막식에서 국민의례를 하지 않았다. 양 씨는 "참사 이전에는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 내 나라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참사 이후 진실이 조작되고 국민을 살리려는 의지가 없는 정부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없어졌다. 진실과 마주하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는 날이 와서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번 경남전시회는 그날의 충격과 아픔으로 아직도 일상적인 삶을 찾지 못하는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교육 가족들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며 단원고 2학년 1반 한고운 학생을 추모하는 '가을 편지' 시를 낭송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