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본사 "불법 저지르지 않았다" 주장
고용부 과태료 처분할 듯…노동계 '분개'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으로 드디어 고용 불안 없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도 있겠다는 실낱같은 기대도 있었는데,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비가 내린 3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입구 컨테이너 농성장에서 만난 50대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숨을 쉬었다. 고용노동부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3일까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비정규직 774명을 직접 고용할 것을 지시했지만, 한국지엠은 따르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직접 고용을 이행하기 위한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았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직접고용 거부 =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3일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은 기존 관행과 사례를 비춰봤을 때, 간극이 크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본사 측은 "이번 시정명령은 기존 고용노동부 판단과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불법을 저질러왔다고 믿고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지난 2013년 특별근로감독 결과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할 부분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것과 다른 결과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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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자료이미지./연합뉴스

한국지엠은 "저희는 적법하다고 믿고 운영해왔다. 지금은 경영 정상화 매진을 위해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부과될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아직 과태료 처분이 확정되지 않아서, 뚜렷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통상 기업 관행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있다고들 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지엠 입장에서 이의 제기가 타당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태료는 직접고용 대상 비정규직 노동자 1인당 1000만 원씩, 모두 77억 4000만 원 규모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과태료 부과를 하더라도 한국지엠은 이의 신청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창원지청은 4일 과태료 부과 금액을 한국지엠에 사전 통지할 예정이다. 의견 진술 기간을 10일간 주고, 기한 내 자진 납부 시 과태료를 20% 감면해 준다. 이후 과태료를 부과하고 납부 통지를 한다. 납부 기한은 최대 60일이다. 한국지엠은 60일 이내 이의 제기 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 제기 시 법원이 재판을 진행해 과태료를 확정한다.

◇노동계 "오만한 한국지엠" 규탄 = 노동계는 한국지엠의 시정명령 불이행을 비판했다.

홍지욱 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당장 전원 정규직화하기 어렵다면, 단계적 정규직 이행 계획을 내놓으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한국지엠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는 한국지엠이 정부의 직접고용 이행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과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명령 무시하는 한국지엠 카허카젬 사장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지엠이 한국의 사법부와 행정부를 대놓고 무시하는 오만함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로 지원한 8000억 원을 불법행위에 대한 과태료로 쓰겠다는 생각은 용서할 수 없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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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가 3일까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날 한국지엠은 직접 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도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입구 컨테이너 농성장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3월부터 컨테이너 농성장을 설치해 농성을 진행 중이다./우귀화 기자

금속노조는 정부의 강력한 대응도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라고 투여한 혈세를 과태료로 낭비하는 한국지엠의 행태를 정부가 묵과할 것인지. 제대로 된 정부라면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근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장은 "한국지엠이 8000억 원이 넘는 국민세금을 지원받으면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항의하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지회는 4일부터 마산·창원·진해 지역에 있는 9개 쉐보레 영업소에서 한국지엠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한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법적 투쟁을 계속 이어간다. 지난 2월 부평공장,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45명이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한국지엠이 항소했다. 함께 소송에 참여한 창원공장 비정규직 38명 건은 따로 1심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창원공장 비정규직 110여 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미 형사·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창원공장 843명에 대해 전원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고, 2016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낸 5명에 대해 전원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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