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 1905년 10월 27일 고종 황제 칙령으로 대한적십자사가 탄생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00년 넘는 세월 동안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는 정신으로 이 땅에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해왔다. 사회봉사, 긴급구호, 혈액 사업, 국제협력, 남북 교류사업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인도주의 실천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10월 14일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부산지사와 분리 활동한 지 만 40년이 된다. 18개 시·군 전역에 뿌리내린 경남지사는 서울, 경기, 부산 다음으로 봉사원 수가 많다. 6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종길 회장을 만나 경남 적십자 활동 현황과 애로, 도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Q. 경남지사 회장 취임 1년을 맞는 심정과 성과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적십자와 인연을 맺은 지는 오래됐습니다. 회원으로 있을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 활동을 즐겼어요. 지사 회장을 맡고 난 후에는 지사의 모든 사업을 두루 살피고, 서포트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1년이 지났으니 모든 사업의 한 해 주기를 돌아봤습니다. 회장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정기후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희망풍차 명패 달기에 동참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다들 흔쾌히 동참해 줘서 감사합니다.

정기후원을 부탁하면서 경남지사가 하는 사업과 관련해 설명합니다. 우리 봉사원과 직원들이 밤낮없이 참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활동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임기 동안 많은 이들에게 적십자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봉사하고 싶은 이들은 적십자로 찾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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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길 대한적십자 경남지사 회장. / 박일호 기자

지난 8월 시민참여형 기획 모금 프로그램으로 일반 시민들이 점심 한 끼를 굶고 그 돈을 기부금으로 내어 희귀 난치성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지역 건강 장애 아동을 돕는 '십시일반 한 끼 나눔 페스티벌'을 열었습니다. 경남권에서는 건강 장애 아동을 돕기 위한 시민참여형 기부행사가 처음 열렸는데 15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해주셨어요. 행사 참가자와 기업기부금으로 3184만 원이 모였습니다. 물품 기부는 2880여만 원에 달했고요. 기부금은 도내 건강 장애 아동 33가정에 100만 원씩 기부했습니다. 당일 구호물품 포장 체험에서 상자로 만들어진 기부 물품은 적십자와 결연을 한 1700가구에 전달했습니다. 올해도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지난 12월에는 도민들이 적십자와 함께 희망을 나누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십자 회비 론칭식 방송을 통해 적십자 회비모금 시작을 알리고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행사 현장에 많은 시민이 와서 약 1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습니다.

또 감사한 일 중 하나는 개인 1억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경남 2, 3호가 탄생했습니다. 경남 1호 양문자 씨는 라오스에 학교를 지었고 경남 2호 박희순 씨와 3호 이재남 씨는 적십자의 인도주의 사업 전반에 걸쳐 지원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많은 도민이 나눔을 실천해주신 덕분에 지난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화재 발생 당일 오전 9시 10분에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로 구호요청이 들어왔고, 시에서 활동 중인 봉사원들이 환자 이송용 담요를 싣고 현장에 도착하여 환자 구호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현장에 긴급구호소를 설치하고 사흘 동안 환자 이송용 담요 155장, 응급구호품 30세트, 운동복 60벌을 지원했습니다. 구조인력과 피해 가족을 위해 1600인분에 해당하는 구호급식을 제공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합동분향소 내에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소를 설치해 피해자 가족과 분향소를 찾은 시민을 대상으로 143건의 심리 지지 활동도 했습니다. 추가 상담이 필요한 분을 대상으로 현재 2차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적십자는 평소 봉사원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진행합니다. 재난현장에서 즉각적인 구호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시 재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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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밀양 세종요양병원 화재 사건 때의 적십자 구호소.

밀양 화재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하고자 국민이 한 달여간 모은 성금은 6억 7000만 원입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성금이 모인 것은 재난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활동을 해준 봉사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인 성금은 유가족 및 피해자에게 전달됩니다.

적십자는 재난 시에 그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재난이 없을 때는 도내 4대 취약계층(아동·청소년, 노인, 이주민, 기타위기가정)을 돕는 결연 활동과 주 소득자의 실직, 사망, 질병 등으로 갑작스럽게 위기 상황에 놓인 긴급위기가정을 지원하는 희망풍차 긴급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각 행정기관을 통해 들어온 지원 요청에 대해 어떤 지원이 이루어졌는지 피드백을 제공했습니다. 행정기관에서 희망풍차 긴급지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정말 어려운 대상자지만 절차나 행정상의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1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제 한 바퀴 돌아봤으니, 이 사업들이 분명한 목표를 갖고 제 역할을 더 잘해낼 수 있도록 심도 있게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시기입니다.

Q. 올해는 경남지사가 부산지사와 분리 활동한 지 만 40년입니다. 그동안 경남지사의 활약상과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1945년 광복 이후 경남도청 내에 조선적십자사 경남지부를 두고 운영되다 1949년 대한적십자사 재건 당시 부산지사와 진주지사가 각각 설치됐고, 1952년 경상남도지사로 통합됐습니다. 그러던 중 1963년 부산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1978년 1월 1일 자로 부산광역시지사와 경상남도지사로 분리돼 마산에 경남지사를 두고 각종 인도주의 활동을 진행하다가 1995년 도청소재지인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오랜 역사에도 변하지 않는 목표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이죠. 1982년 9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의령 총기 난동사고, 한밤중에 들이닥친 1987년 태풍 셀마, 1998년 지리산 일원 집중폭우, 2002년 김해공항 민항기 추락과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14년 양산 축대 붕괴, 2016년 태풍 차바,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까지 경남의 큰 재난 때마다 이재민 구호 활동, 실종자 수색 작전 등 재난구호 책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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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밀양 세종요양병원 화재 사건 때의 구호활동. 김종길 회장(사진 오른쪽)이 직접 배식하고 있다.

또한, 70~90년대에는 산간 오지마을에 적십자 마을을 개설하고 부녀봉사회, 청년봉사회, 보건봉사회 봉사원들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 일손돕기 등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했습니다. 마산과 진해에 있는 군병원에 봉사실을 설치하여 군 복무 중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있는 국군 장병을 돌봤어요. 1977년에는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근로 청소년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운영했고, 그 역사를 이어 현재는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IMF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좌절에 빠져 의욕을 잃어 갈 때는 그들이 삶의 희망을 놓지 않도록 실직자, 노숙자, 무의탁 노인 지원에 힘썼고요. 이처럼 나라의 위기마다 적십자는 가장 아프고 낮은 곳에서 도민과 함께했습니다.

구호와 사회봉사 활동 이외에도 위기 상황에 자신과 타인을 지킬 수 있는 응급처치법과 심폐소생술 교육, 수상 인명구조원 교육 등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 아래 봉사 활동, 교류 활동을 하는 청소년적십자(RCY)사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자원봉사를 비롯해 각종 봉사원의 시초가 적십자 봉사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들의 역할과 교육 방법은 어떤 게 있나요?

적십자 봉사원의 시작은 185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제 적십자 운동은 창시자인 앙리 뒤낭이 나폴레옹 3세를 만나러 가는 길에 한바탕 전투가 끝난 이탈리아 솔페리노 언덕에서 죽거나 다친 채 버려진 군사들을 보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적군과 아군의 차별 없이 부상병을 돌본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앙리 뒤낭이 전투의 참상을 목격하고 제안한 두 가지 제안 중 첫 번째가 상병자를 간호하고자 헌신적이고 자격 있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구호단체를 평시에 각국 내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안에서 시작된 국제적십자 운동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적십자사는 전시에 활동할 수 있는 봉사원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의 봉사원들도 매주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하는데, 이것은 소외된 이웃들에게 끼니를 나누는 평시 구호이자 재난을 대비한 훈련입니다. 평시에 훈련된 적십자 봉사원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현장으로 달려와 재난 구호 작업을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요. 이번 밀양 화재사건 때도 경남지사로 재난 구호요청이 접수된 지 10분 만에 밀양에 있는 북부 봉사관 직원이 환자 이송에 필요한 담요를 싣고 현장에 도착했으며, 밀양지구협의회 봉사원들이 화재 발생 당일 오전부터 구조인력과 유가족을 위한 구호급식을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적십자 봉사원은 고도의 체계를 갖춘 민간 봉사조직입니다. 경남지역에는 읍·면·동 마다 15~30명으로 구성된 320개의 단위봉사회 조직이 있으며 약 1만여 명의 봉사원이 활동 중입니다. 이 단위봉사회를 시·군·구로 묶어 관리하고자 시군구 지구협의회 22곳을 뒀고, 이 지구협의회를 관리하고자 경상남도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읍·면·동 단위로 구성된 적십자 봉사원들은 무료급식활동, 재난구호활동,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도우미 활동, 한 부모 혹은 조손가정의 아동·청소년 지원활동, 다문화 여성들의 친정엄마 역할까지 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처음 적십자 봉사원이 되면 봉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내용과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을 알리는 기본교육을 시작합니다. 수혜자의 상황에 맞는 접근법과 실천사례를 담은 희망컨설턴트교육을 실시해요. 단위봉사회 임원이 되면 리더 교육도 따로 받습니다. 봉사원의 흥미나 재능에 따라 노인건강생활체조교육, 심리적 사회적 지지 교육, 재해 구호요원 교육, 풍선아트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항상 발전하고 준비하는 봉사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사회봉사, 긴급구호와 함께 적십자의 큰 역할이 혈액 관리입니다. 학생, 군인 등에 편중된 헌혈 층 다변화 계획이 있습니까?

요즘은 단체 헌혈과 개인 헌혈이 많이 활성화되어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혈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세대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인데 다가올 방학 시즌에는 학교 대상 단체 헌혈이 줄어듭니다. 또 여름철에는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분들이 많아 문진에서 최근 해외여행 경험 때문에 발걸음을 돌리는 분들이 많고요. 그래서 여름철에는 혈액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전한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헌혈의 집 인프라 구축과 등록 헌혈 제도를 통해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혈액 수급 위기를 대비, 매년 '휴가 가기 전 헌혈합시다'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도내 혈액수급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다만, 여전히 도내 헌혈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8%로 전국 헌혈률 5%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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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길 대한적십자 경남지사 회장. / 박일호 기자

안전한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헌혈 층 다변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경남혈액원에서는 중·장년층들이 헌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할 수 있도록 기관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장년층은 지병, 과로,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의 이유로 사전 검사에서 헌혈 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혈자의 안전을 위해서 헌혈 참여 시 엄격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헌혈할 수 있는 중·장년층들은 자신의 건강을 확인할 수있어요. 또한,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를 활성화하고자 야구, 축구, 농구 이벤트와 영화관람 이벤트 등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헌혈 대상자 맞춤형 기념품 증정 등을 통해 중·장년층의 헌혈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혈액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도민들이 '헌혈은 아름다운 생명나눔'이라는 것을 인식하시고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당부드립니다.

Q.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남의 이산가족은 얼마나 되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2018년 4월 기준 전체 이산가족 상봉 신청 인원은 13만 1896명이며, 이 중 5만 7124명만 생존해 있습니다. 그중에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신청 인원은 1334명입니다. 이산가족 중에 상봉 신청을 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하면 더 많은 가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적십자사는 이산가족 관련 문의가 많아, 이산가족 어르신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고자 민원 응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남북교류 사업은 대한적십자사 본사 남북교류팀과 통일부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로 경남지사로 연락을 주시거나 찾아오는 이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경남지사로 연락을 주시는 이들을 응대하고자 전 직원에게 응대 가이드라인을 교육하여 이산가족 등록 여부, 정보 변경 등 간단한 업무는 신속하게 본사 남북교류 담당자와 소통하여 응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족이 서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하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이 대부분 고령인 점을 고려해, 사후에도 가족 간 연결을 위해 통일부와 협력하여 유전자 검체 보관 사업과 영상편지 제작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일부와 함께 연 15회 목표로 이산가족 초청 위로 행사를 열고 있어요. 작년 5월 30일에는 경남지역의 미상봉 이산가족 150명을 모시고 이산가족 관련 정책을 설명하고 위로 공연을 했습니다. 어떤 것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Q. 경남적십자의 자랑이나 강점은 무엇인가요. 대표 사업인 희망나눔명패 등 각종 사업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대한적십자사는 각 광역시·도에 15개 지사가 있습니다. 그중 경남지사가 서울·경기지사 다음으로 재원 규모도 크고 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고요. 320여 개 봉사조직에 1만여 명의 봉사원 구축은 경남지사의 가장 큰 자랑이며 이들의 노력으로 도내 4대 취약계층(아동·청소년, 노인, 이주민, 기타 위기가정) 2000가구 지원 사업과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부닥친 긴급위기가정에 주거, 의료, 교육 등 수혜자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희망풍차 긴급지원사업의 성과가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 풍수해, 지진, 가뭄, 화재 등 다양한 재난을 대비하고 재난 발생 시 도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옥 5층에 구호종합상황실을 설치했습니다. 경상남도 상황실과 대한적십자사 본사 상황실을 연결해 국내재난대응팀(National Disaster Response Team, 이하 NDRT)을 만들어, 어디서나 재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도내 18개 시·군에 최소 3명 이상의 NDRT 요원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국제사업 수행 역량을 지닌 경남지사는 지구촌 시대에 발맞춰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경남지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저개발국가 개발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추진하는 '물과 위생 사업'과 연계하여 식수 문제로 고통받는 지역에 지하수 개발과 물탱크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 봉사 활동을 통해 해당 마을 주민과 함께 수도관을 설치하고 위생 교육을 진행하는 등 매년 적극적으로 국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과 위생 사업'을 통한 생명 사랑 운동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사업으로 지사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라오스 적십자사와 함께하는 학교재난위험감소 프로그램은 저개발 지역 학교 건립과 재난경보시스템 설치, 보건·안전교육 보급 등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글로벌 역량강화 활동을 위한 '청소년 희망 키움 해외 봉사활동'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경남도민과 함께하는 적십자를 위해 도민께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 적십자를 참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종황제가 일제로부터 주권을 지키고자 대한적십자사 창립을 외쳤던 때부터 최근 밀양 화재 참사 구호활동까지 적십자는 각종 고통의 현장에서 도민과 함께했습니다. 적십자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내어 준 적십자 회비 덕분입니다.

요즘은 일 년에 한 번 내주는 적십자 회비 외에도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희망풍차 정기 후원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월 3만 원 이상 후원하는 정기 후원자에게 나눔 명패를 전달하는 '희망풍차 명패 달기', 기업참여형 기부 프로그램 '씀씀이가 바른 기업', 청소년 정기 후원 프로그램 '희망나눔 천사학교', 3대가 함께 후원하는 후원 명문가 '가문의 영광' 등 다양한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장은 대한적십자사 '희망나눔 사업장' 홈페이지에서 사업장 홍보도 할 수 있고, 지사에서 명패 전달식과 관련하여 언론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도내 적십자 봉사원이 만 명 정도 있는데 봉사원들은 밥을 먹을 때도 명패가 붙어 있는 곳을 찾아간다고 해요.

후원금으로 도내 홀몸 어르신,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족, 긴급위기가정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돕고 사업장 홍보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동참 부탁합니다.

Q. 회장 임기 3년 중 1년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2년간 중점적으로 하실 사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한 해 동안 이 자리에 있으면서 지역사회에서 적십자의 역할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남은 2년간 이 사업들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원 조성에 힘쓸 생각입니다. 적십자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한적십자사는 국가의 지원 없이 국민이 내는 적십자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됩니다.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시작된 적십자 회비는 시기에 따라 6·25 난민을 돕고,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 벽이었던 시절 어려운 이웃의 생계비가 되고, 부유 속의 빈곤으로 고통받는 현대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고,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재민들 눈물을 닦아 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대한적십자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기부문화에 발맞춰 더욱 안정적인 재원 조성을 위해 고액기부자 발굴과 희망풍차 정기후원으로 재원 조성의 기반을 다질 계획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기부자를 움직이려면 적십자의 활동이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고통받는 이웃의 마지막 안전망으로서 적십자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기존 사업의 내실화 또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적십자의 강점을 살려 재난 상황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 봉사원을 양성하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발굴하겠습니다. 각 읍·면·동 봉사원들이 마을 구석구석을 살펴 현장 중심의 지원을 이어가겠습니다. 또한, 경남지사의 강점인 국제 사업 역량을 살려 저개발국가 개발 협력도 연 3회 이상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에요.

지난해 경남지사의 미션과 3개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전문 강사를 초청해서 전 직원이 그룹 활동을 통해 정한 경남지사의 미션은 '인도주의 사업을 통해 행복한 공동체를 구현하는 적십자'입니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통해 고통 속에 있는 도민을 돕고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 구현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 미션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실천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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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 난치성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지역 건강 장애 아동을 돕는 ‘십시일반 한 끼 나눔 페스티벌’.

Q. 적십자와 회장님은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저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군 복무를 옛 마산에서 했습니다. 1979년에 국군 마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했는데 그곳에 적십자 봉사실이 있었습니다. 월 2회 정도 당번을 정해 주말에 의료봉사 활동을 나갔습니다.

한 번은 청학동에 의료봉사 활동을 가는 도중 홍수로 길이 끊겼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다 보니 밤이 되었는데 저 멀리서 흰옷을 입고 상투를 튼 사람이 저벅저벅 걸어왔어요. 밤에 흰옷을 보니까 귀신인가 싶어서 조금 겁먹었는데 우리를 마중 나온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날 청학동에서 보낸 하루는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그 당시에는 무의촌이 많아서 한 번 가면 많을 때는 하루에 환자 100명도 보고 그랬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가 가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진료 끝나면 숨겨뒀던 술을 한 잔 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군의관들한테 "내가 다 갈 테니 너희는 주말에 집에 가라"고도 했습니다.

군을 전역하고 1983년에 적십자에서 의료봉사회를 같이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당시에는 의료 전문 봉사회가 없었어요. 그 의료봉사회에서 제가 총무 역할을 맡아 경남 일대 적십자 마을을 돌며 무료진료를 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무료 진료 수요가 줄고 무의촌이 거의 없어졌어요. 그래서 의료 보험 혜택을 못 받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으로 무료 진료활동을 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마음 맞는 의사들과 기금을 모아서 장애학생과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우정캠프를 열었습니다. 요즘은 치과의사들이랑 봉사회를 하나 만들어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에 다니면서 해외 치과진료를 하고 있어요. 지난 3월에는 캄보디아를 다녀왔습니다. 남들은 힘들지 않으냐고 하는데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봉사 활동 핑계로 병원 문 닫고 콧바람도 한 번 쐬는 거죠.

Q. 김종길 회장은 어떤 분인가요.

즐겁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돈은 많이 모아서 쌓아두고 만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선만 지키고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남기는 것이 중요해요.

봉사는 '지금 이 순간에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봉사 활동뿐만 아니라 돈, 시간, 노동력, 재능 등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행위 자체가 봉사입니다. 그것을 통해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남기고 함께 행복해진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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