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용도가 영상 촬영 뿐이라고요? 천만에…"

드론(Drone·무인항공기)이 뜬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펼쳐진 '드론 오륜기 쇼'는 이를 지켜본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드론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을 할 수 있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항공기를 말한다. 드론은 유인항공기와는 달리 크기가 작고 자유로운 조종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드러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이 드론 기술·산업을 선도해 나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드론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이를 육성하고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에 드론을 활용해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는 한국무인항공㈜ 심태섭(56) 대표를 만나 회사와 드론산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6년 2월 한국무인항공을 설립하기 전까지 심태섭 대표는 드론과는 무관한 일을 해왔다. 첫 직장생활을 제약회사로 시작한 그는 3년 만에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창호공사 전문업체를 10년간 경영하다가 보험회사에 취직해 보험설계사로 활동했다. 설계사로 일하면서 인터넷기업 '푸디인터컴'을 설립했다. 푸디인터컴은 같은 이름의 지역 맛집 안내 인터넷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Q.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셨습니다. 그 뒤로도 직장인으로, 사업주로 위치가 바뀌어 왔는데요.

"처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전에 회사라는 틀 안에서 조직 생활을 체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약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일하면서 창호공사 기술을 배웠습니다. 기술을 익히고서 '남영상사'라는 창호공사 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운영하면서 영업력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보험회사의 영업방식을 사업에 적용할 계획으로 보험설계사가 됐습니다. 동시에 푸디인터컴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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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태섭 한국무인항공㈜ 대표. / 박일호 기자

Q. 지금까지 이력은 드론산업과 선뜻 연결되지 않습니다. 드론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드론을 알게 됐습니다. 2013년쯤이었을 겁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독일에서 제작한 드론 이미지를 보게 됐습니다.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론은 영상 촬영용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농업, 조선업, 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 이거다 하는 판단이 섰습니다. 드론 관련 자료를 모으고, 드론 제작업체를 찾아가 문의도 했습니다. 3년간 준비 기간 끝에 한국무인항공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드론활용사업 전문 항공업체, 한국무인항공

Q. 한국무인항공은 어떤 기업인가요.

"한국무인항공은 드론활용사업 전문 항공업체입니다. 현재 대형 드론(자체 중량 25kg 이상) 5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산지방항공청에 등록된 업체 가운데 대형 드론을 보유한 곳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먼저 항공방제, 항공촬영, 항공측량, 항공감시·점검, 항공광고·이벤트 등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용역파견 사업입니다. 드론과 드론조종자를 함께 업체에 파견해 위탁업체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판매·정비 사업을 합니다. 한국무인항공은 국내 최고 농업용 드론 제작업체인 ㈜카스컴 제품을 경남지역에서 독점 판매하고 정비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원을 운영하면서 드론 조종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Q. 회사를 설립한 지 만 2년이 지났는데 그간 어떤 실적을 올리셨나요.

"사업을 준비하면서 항공방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항공방제는 무인헬기보다 드론으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헬기를 이용하면 방제 효과가 떨어집니다. 헬기는 비행 고도가 높아서 약제가 깊숙한 곳까지 닿지 않거든요. 반면에 드론은 상대적으로 저공비행이 가능해 더 세밀한 방제가 가능합니다. 지난해 거창에서 사과꽃 인공수분 작업도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항공방제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2016년에는 경북 군위, 전남 영광·장성·신안·진도·해남·보성·완도 경작지 2000ha(약 600만 평) 방제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지난해에는 충남 천안·아산·예산, 전남 영광·곡성·신안·해남·진도·완도, 거창에서 총면적 3000ha(약 900만 평) 방제를 했고요. 올해는 방제사업을 경남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의뢰해 진해군항제, 산청철쭉제, 하동 북천 꽃양귀비축제에서 6·13 지방선거 홍보 비행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유권자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드론에 달아서 행사장 하늘에 띄운 거죠."

사업적 운용에는 조종자 자격증 필수

Q. 드론이라고 하면 장난감이란 이미지가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RC(Radio Control·원격조종)카 같은 취미용 완구라고 생각하는데 자격증이 필요한가요.

"물론, 취미로 즐기는 소형 드론은 자격증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항공법상 자체 중량 12kg을 초과하는 드론을 띄우거나 드론을 사업 목적으로 운용하려면 '초경량비행장치(무인멀티콥터) 조종자 자격'이 필수입니다. 중량이 12kg 미만이더라도 사업에 사용할 때에는 자격증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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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태섭 한국무인항공㈜ 대표. / 박일호 기자

Q. 교육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요.

"우리 교육원은 연간 조종자 208명을 배출할 수 있는 규모의 교육기관입니다. 강사진은 평가조종자 1명, 교관조종자 3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과교육과 모의비행교육 시설, 실습비행장 3군데(창원시 북면·웅남동·동읍)가 있습니다. 학과교육에서는 △항공법규 △항공기상 △항공역학 △비행운용 이론 등을 가르칩니다. 이후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모의비행교육과 실제 장비를 조종하는 실기교육을 각각 20시간 이상 진행합니다."

한국무인항공 교육원은 지난 5월 23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됐다.

Q. 최근 국토부로부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았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드론 조종자 자격증을 받으려면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학과시험과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사설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교통안전공단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항공분야에 경력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학과시험 통과가 꽤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실기시험 역시 공단에서 지정한 실기시험장에서 치러야 합니다. 생소한 환경에서 실력을 평가받아야 하기에 평소 실력을 발휘하는 데 애로가 있습니다. 반면에, 지정 전문교육기관에서 수강하면 자체 교육시간 이수만으로 학과시험이 면제됩니다. 실기시험도 평소에 교육받은 실기교육장에서 치르기 때문에 합격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드론 조종사 자격이 있으면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나요.

"농약 방제, 항공촬영, 이벤트 등 저희같이 드론활용 사업을 하는 업체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도로공사, 지리정보공사, 경찰청, 농어촌공사 등 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나 공공기관 취업 기회도 늘어날 것입니다. 방과후학교와 자유학기제 등 교육청 프로그램과 연계해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드론 1대로도 얼마든지 개인사업을 할 수 있어 창업도 가능합니다. 지난 4월 말을 기준으로 드론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전국에 6248명뿐입니다. 드론시장 성장 속도에 비춰보면 일자리가 더욱 늘어나리라 예상됩니다."

4차 산업의 핵심, 드론산업

정부는 지난해 12월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드론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까지 △드론시장 규모를 4조 4000억 원(2016년 704억 원)으로 키우고 △기술경쟁력 세계 5위권 진입 △사업용 드론 5만 3000대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Q.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론산업을 육성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드론산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드론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대표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미국이나 중국 같은 드론 선진국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택배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영세한 규모를 벗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드론산업을 육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7대 신(新)산업에 드론산업이 포함됐습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천기술 개발 중심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고기능·중대형 첨단 드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국내 민수용 드론 개발 수준은 세계 최고 대비 60% 정도로 부족합니다만 정부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창원시가 '창원 INBEC 20 전략산업'에 드론 활용 서비스 산업을 담아 대표산업으로 키우려 노력하고 있고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드론산업은 걸음마 단계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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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태섭 한국무인항공㈜ 대표. / 박일호 기자

Q. 드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항공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현행법상으로 드론은 야간비행을 할 수 없습니다. 일몰 후 야간이나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날리면 최대 200만 원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가수 김건모 씨도 TV 프로그램에서 야간에 드론을 띄웠다가 과태료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비가시권 비행도 불가합니다. 드론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많습니다. 이러한 규제들이 드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한화정밀기계와 LG유플러스가 국내 첫 비가시권 특별비행 자격을 획득하면서 차츰 개선되고 있는데, 하루빨리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우선 현재 사업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싶습니다. 방제사업은 물론이고, 오·폐수·매연 배출 감시, 고압선로·교량 균열·풍력발전기·건조 선박 점검 등 기관·기업 용역사업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실종자 수색, 해수욕장 안전사고 감시 등 공익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또, 드론 전문교육기관으로서 시설, 강사 등 교육환경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한국무인항공의 영어 명칭이 'Korea Drone Airship'입니다. 드론부터 무인항공기, 비행선까지 포괄하는 종합항공업체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드론산업 발전 속도를 보면 5년 뒤에는 사람이 타는 드론도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한국무인항공을 국내 드론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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