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된 젠더·권력 문제
교류분석 관점 접근해
"사회적 학습 산물" 해석

지난달 30일 경상대 국제어학원에서 온종일 열린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연차학술대회. 올해 주제는 '젠더와 권력 : 교류분석 관점과 역할'이었다. 쉽게 말해 올해 초 치열하게 벌어진 미투운동을 교류분석 관점에서 살펴보는 일이다. 교류분석은 사회관계 속 교류를 통해 인성이 형성되며, 상담과 심리 치료 등을 통해 잘못된 인성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심리 요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자보다는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많이 참석한 행사였다.

"우리 사회가 미투운동에 대해 너무 자극적이고 미시적이며 처벌 위주로만 대응한 것은 아닐까요? 이 모든 일들을 변화를 위한 기회로 보는 건 어떨까요?"

이날 오전 열린 기조강연에서 이언담 법무부 교정본부 사회복귀과장(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부회장)은 미투운동의 의미를 다시 짚고,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설명했다.

그가 보기엔 미투운동은 단순히 폭로와 적대적 대응과 처벌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이 아니다. 차라리 일상생활에 담긴 모든 권력 문제를 성찰해야 하는 사회 변혁 운동이다. 최근 불거진 갑질 문화에 대한 반발도 미투운동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경상대에서 열린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이언담 법무부 교정본부 사회복귀과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그는 우선 어릴 적 경험과 교정공무원 생활을 사례로 들며 어떻게 자신이 젠더 개념을 갖추게 됐는지 설명했다. 이는 젠더 개념이 사회적인 학습을 통해 만들어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어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을 읽으며 얻은 깨달음, 다시 말해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통해 잘못된 젠더 감수성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경험상 행복하게 일 잘하는 교정공무원의 핵심 역량은 '상담 능력'에 있었다. 사람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교류분석은 인간의 자율성을 믿는다. 갓 태어난 아이의 인성 속에 남자와 여자는 애초에 없다. 우리는 남성적으로 또는 여성적으로 키워진 것이다. 또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며 이러한 결정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고 본다. 훈련과 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뿌리가 깊어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잘못된 젠더 권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본격적으로 벌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기업이나 사회 조직, 교육 현장에서 젠더 폭력이 일어나는 양상과 피해자 상담치료, 예방 방안에 대해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다. 또 교류분석 기법을 이용한 심리상담 실무 교육, 학부모 교육 등 소주제 워크숍도 진행됐다.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는 지난 2011년에 창립, 30개 지부학회에서 회원 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김장회 경상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교류분석이란?

어떤 자아의 인성은 사회관계 속 교류를 통해 형성되며, 상담·심리 치료 등을 통해 잘못된 인성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심리 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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