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셜록 홈즈 : 그림자게임
홈즈-모리아티 대면 장면, '어부의 노래'-'송어' 흘러
속마음·상황 비유 어울려, 가난한 슈베르트 창작 도운
'슈베르티아데'후원 음악회…홈즈단짝 왓슨 같은 친구들

영원한 우리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영화 속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셜록 홈즈다. 1891년 유럽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 모두의 시선이 테러범에게 쏠려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사건은 천재 범죄자 모리아티 교수에 의해 꾸며진 일이다. 목적은 돈이다. 군수산업을 운영하는 그는 전쟁을 일으킬 속셈이다. 조금씩 사건의 전모를 알아간 홈즈는 결국 모리아티가 운영하는 군수공장에까지 잠입하지만 붙잡혀 죽음의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그리고 유럽 정상들이 모인 스위스에서 마지막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두 천재는 마침내 체스와 완력으로 승자를 가린다.

모리아티 교수. 천재적 두뇌에 작곡가 슈베르트를 사랑하고 게다가 복싱선수 출신으로 싸움도 잘한다. 홈즈의 라이벌이니 이 정도 인물은 되어야 상대할 만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가 운영하는 군수공장에 잠입하다 붙잡힌 홈즈. 포획된 그를 두고 모리아티가 듣는 음악은 바로 작곡가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이다. 숭어인가 송어인가 헷갈리겠지만 가사 속에 들어 있는 '맑은 시내'로 유추해 볼 때 송어가 맞다. 송어를 잡으려 맑은 시내에 낚시를 드리우지만 잡히지 않자 어부는 마침내 흙탕물을 일으켜 송어를 그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는 내용의 가사. 전 유럽을 전쟁이라는 흙탕물로 몰아가 결국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는 그의 계획에 너무나 딱 맞아떨어지는 노래다.

홈즈는 천재이지만 그에겐 왓슨이 있어야 한다. 둘은 항상 함께한다.

모리아티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낚싯바늘처럼 생긴 갈고리로 홈즈를 포획하고 유린한다. 그리고 승리감에 도취하여 묻는다. 누가 송어이고 누가 어부인가? 물론 자신이 어부이고 승리자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호되게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가곡으로서 '송어' 외에도 피아노 5중주로 작곡된 '송어'가 있다. 슈베르트는 '송어'를 초연한 성악가 포글과 함께 여행 중 휴가지에서 만난 광산업자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그로부터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송어'의 선율을 사랑하던 의뢰인은 그 멜로디를 사용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슈베르트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5중주 곡을 작곡하게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피아노,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라는 일반적인 편성에서 벗어난 독특한 편성이다. 총 5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의뢰인의 요청대로 제4악장에 '송어'의 멜로디가 6개의 변주 형태로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으며 슈베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실내악곡으로 인기가 높다.

많은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녹음을 시도하였으며 좋은 연주들을 남겨 선택의 폭이 넓지만 먼저 고전적인 명반으로 피아니스트 크리포트 커즌과 빈 8중주단의 멤버들이 함께한 연주를 앞에 두려 한다. 표지에서부터 고풍스러운 모습이 풍겨나오며 연주 또한 좋은 음질과 더불어 상당히 우아하게 흘러간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과 클리블랜드 현악 4중주단이 함께한 음반 또한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송어'가 실제 뛰어노는 듯한 생명력 있는 앙상블이 이 연주의 장점이며 추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유럽 정상이 모인 회의, 모리아티는 이곳에서 최후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짧지만 인상적으로 슈베르트의 또 하나의 가곡을 만나볼 수 있다. 바로 홈즈가 모리아티의 사무실에 방문하였을 때 흘러나오는 '어부의 노래'다. 사무실에 들어선 홈즈는 거침없이 작곡 연도와 작곡가, 그리고 원어인 독일어로 가사를 읊조린다. "영리한 목동 아가씨, 어리석은 속임수는 그만두세요." 이에 나머지 부분을 모리아티가 맞받아친다. "이 물고기는 속일 수 없답니다." 가곡의 마지막 부분이다. 천재들의 대화는 이런 것인가? 홈즈는 노래의 가사로 타이르듯 협박한 것이다. 이제 그만두라고. 하지만 모리아티는 결코 그물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 짧은 마디 마디로 보여주는 팽팽한 긴장감이란.

홈즈의 주변엔 두 천재가 있다. 바로 라이벌이자 적인 모리아티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협력자인 왓슨. 왓슨은 훌륭한 의사이면서 일반인을 넘어서는 추리력과 신체적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홈즈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왓슨이 없다면 홈즈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가 절실히 필요함을 홈즈도 알고 있다. 늘 놀리듯 대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으며 깊다. 모리아티의 군수공장에 침입하기 전 왓슨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혼자 잠입을 시도하는 홈즈. 물론 계획된 것이다. 그리고 왓슨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쪽지를 남겨 놓는다. '바쁜 일 없으면 빨리 와줘, 바쁜 일이 있어도 빨리 와줘'. 홈즈는 자신의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 위험을 홀로 감당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왓슨이 없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모리아티의 군수공장에 잠입하다 붙잡힌 홈즈, 슈베르트의 '송어'를 부르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다.

'슈베르티아데'. 슈베르트의 밤, 슈베르트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그를 후원하며 창작을 돕기 위하여 모인 것이다. 그곳에는 가곡 '송어'를 포함, 수많은 곡을 초연해 준 포글이 있다. 당시 그는 빈 국립오페라단의 명 바리톤으로 무명이었던 슈베르트의 가곡을 널리 알리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천재화가 슈빈트 또한 그 모임에 있다. '매일 한 수저의 음악이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던 그는 슈베르트의 초상화와 연주장면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곳엔 시인들도 있어 슈베르트에게 악상을 떠오르게 하는 멋진 시를 제공하기도 했을 것이다. 가난하여 오선지를 살 돈이 없었던 그에게 오선지를 사다 주거나 그려준 많은 친구 또한 함께였다. 홈즈에게 왓슨이 있듯 슈베르트에겐 그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재능 또한 대단하였으나 더 나은 재능을 가진 이가 그것을 마음껏 펼치는 데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놓은 친구들.

모리아티 교수를 대면한 홈즈, 슈베르트의 '어부의 노래'로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스틸컷

내용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만 바쁜 이들, 자신보다 나은 것을 보면 칭찬할 줄 모르고 음해하며 시기하기에 급급했던 이들에게 슈베르트의 친구이자 천재화가 슈빈트가 했던 말을 들려주려 한다.

"내 그림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슈베르트를 위해 그린 오선지였다."

/시민기자 심광도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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