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 전화가 온 건 6월 4일이었다. NC다이노스 김경문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하차가 발표된 지 하루 뒤. 조금은 화난듯한 목소리로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하던 그는 곧 광고 게재 이야기를 꺼냈다. 이대로 그냥 보낼 수 없다, 어떻게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이다겸 NC 네이버 팬 밴드 운영자를 중심으로 곧 100여 명의 팬이 많게는 10만 원, 적게는 1만 원을 내며 뜻을 모았다. 목표액을 훌쩍 넘는 돈이 이틀 만에 모였다. 팬들이 한마음으로 만든, 김 전 감독에게 보내는 편지글과 사진으로 채워진 전면광고는 지난 11일 <경남도민일보> 20면에 실렸다. 김 전 감독이 NC에 부임했던 7년을 되돌아 본 그들은 '다 같이 웃으며 덕분에 행복했다, 수고 많으셨다는 말 한마디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희망을 남겼다.

팬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팬들은 지난달 5일 NC와 롯데 경기가 열린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김 전 감독 노고를 위로하는 동시에 중도 하차에 따른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장에 현수막을 걸고 출입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펼치며 그들의 메시지를 전했다. 'NC 구단 각성하라', '달빛 아래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등의 문구는 한 달 가까이 창원 마산야구장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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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감독이 팀을 떠난 지 약 한 달. 어수선했던 야구장 안팎 분위기도 한결 차분해졌다. 어느 날 NC를 응원하고자 어김없이 야구장을 찾은 한 팬에게 물었다. 중도 하차 상처, 이젠 좀 아물었느냐고.

팬은 말했다. "그리 쉽게 잊겠느냐고. 그래도 실컷 욕했으니 이제 다시 응원하려 한다. 김 전 감독과 함께했던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 모두 함께 시작했으면 한다." 그들이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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