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개인 욕심에 자중지란, 마창진 분배 묶여 협상결렬
의장선거 완패 후폭풍 거세, 비난 잇따르자 도당서 조사

창원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1석(자유한국당 21석, 정의당 2석)을 보유하고도 의장직은 물론이고 상임위원장마저 한 석도 건지지 못함으로써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떠나 정치력 부재가 여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 내부에서 이탈표가 다량 발생했다는 정황이 강해 이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당 소속인 허성무 시장의 임기 초반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발목 잡는 것 아니냐'는 한숨마저 들리는 상황이다.

◇민주당 참패 원인은 =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단적으로 거칠게 표현하면 서로 내가 (의장단)하겠다는 것이 불러온 참사이고, 협상력 부재"라고 정리했다.

한국당과 동일한 의석을 보유한 정당이자 소속 정당 시장을 배출한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원 구성 협상을 주도하고 당내 교통정리도 원활하게 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의 분열과 그로 말미암은 의장단 선거 참패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미 예고됐다는 지적도 많다. 민주당 의장 경선에는 김종대(6선)·공창섭(3선)·김태웅(3선) 의원이 나섰다. 공교롭게도 마창진 지역 대결구도가 펼쳐졌고, 진해 출신인 김태웅 의원이 의장 후보로 뽑혔다. 이 과정에서 김종대 의원은 이후 당내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타 정당과 협상 역시 난항에 빠졌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5석)을 '3(민주당)·3(한국당)·1(정의당)'로 배분하자는 협상안이 유력하게 논의됐지만,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자체 경선 후보를 아무리 조합해도 마창진 지역 분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협상은 결렬됐고, 민주당과 정의당만이 서로 동조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당은 자신들의 21석을 확실하게 단속하는 한편 민주당 일부 의원을 집중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협상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특정정당 출신 의원들이 의장단을 장악하려 한 데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이 불거졌고, 사실 우리도 경쟁력 있는 인물을 상임위원장 후보로 내세우지 못한 지도력 부재가 발생했다. 투표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고 해석했다.

창원시의회가 지난 1일 오전 7시 30분부터 의장 등을 선출하기 위한 제7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김 의원이 말한 '특정정당 출신'이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등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들의 의장단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출신인 정의당 노창섭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응했다. 오히려 노 의원은 '정의당 2석'이 한국당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의 자중지란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저희를 의심하는 건 정말 황당하다"며 "민주당 내부 단속이나 확실히 하라"고 일침을 날렸다.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며, 재선 이상 의원들은 의장단 입성에만 골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당에 참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창진 지역 안배를 전제로 한 시의회 의장단 구성 관행은 여러 비판을 받아왔지만, 한국당이 건재한 정치 구조에서 이를 지나치게 방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거세지는 후폭풍 = 당장 민주당 경남도당은 창원시의회 의장단 선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조사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이미 "당내 경선 결과에 불응하고 타 정당에 투표하는 행위는 해당행위"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를 방치하면 '지역권력 교체'의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당장 이탈표 색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도당 관계자는 "의회 자체에서 일어난 일을 당 차원에서 조사하는 게 모양새가 좋이 않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NS 등을 통한 민주당 지지층의 비난도 거세다. 허성무 시장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강창덕 씨는 "대통령 지지율 때문에 당선되고 나서 개인 욕심을 앞세운 건 너무 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운현 정치평론가는 "경남도민들이 이러라고 허성무 창원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뽑아 준 건 아니다.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책무가 무겁고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문책을 요구하는 당원들과 지지층의 목소리가 SNS 등 온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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