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표기구 '주민자치회' 권한·활동 등 법제화 필요
지방자치 최일선은 '마을' 단위 작을수록 풀뿌리 강화
정부 자치분권 최종 로드맵 자치분권위, 이달안 완성

최근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워크숍에서 사천시 정동면 주민자치위 이관우 위원장이 말했다.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핵심이다. 지금은 이름뿐이다. 실질적인 지위와 역할을 갖고 활동하려면 모태가 있어야 된다. 주민자치회법이 그 모태다."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강창석 위원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근본이 없지 않나? 사업, 예산, 선출 등 모든 측면에서 규정을 하고 보장을 하는 근본이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법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의 슬로건이 나왔다.

'주민자치법 제정을 우리는 소망합니다.'

'주민자치법 제정으로 풀뿌리민주주의가 실현됩니다.'

주민자치회법이 뭔가

주민자치 강화의 핵심은 주민자치회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한국자치학회 전상직 회장은 "별도 법을 만들든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이를 포함시키든 둘 다 가능하다. 어떤 형태로든 관련법이 만들어지면 된다"면서 "발의를 희망하는 국회의원이 김두관, 유성엽 등 몇 십 명 된다. 9월 정기국회에 어떻게든 발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 전국에 있는 시군구 주민자치협의회장들이 시장·군수·구청장 당선인을 찾아가 특별법 형태의 주민자치회법을 설명할 거다. 그다음 국회의원 입법 발의하도록 설명회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현판식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3월 진행됐다. /자치분권위

왜 주민자치회법 제정이 핵심일까?

"그래야 주민자치회에 입법권, 인사권, 재정권이 주어진다. 통·이 단위 지역사회 조직의 인사·사업·재정은 주민들이 자치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 주민이 자치를 하려면 3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돈을 주고, 사람을 만들고, 일을 주는 것. 법이 제정돼야 그게 가능하다."

법이 제정돼야 '주민총회'가 가능하다는 것도 핵심적 이유다. 그렇다면 주민총회의 범위는 어디일까?

"주민자치의 기본단위는 마을이 돼야 한다. 그 범위는 주민들이 직접 정한다."

지금의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어떻게 되나?

"지금 위원회는 자연스레 폐지된다. 마을별 주민자치회 대표자들이 모여 읍면동 주민자치위를 구성해야 한다."

(사)한국자치학회는 2006년 11월 23일 창립한 현장중심형 학술단체다. 한국 사회의 변화와 운영의 주요 원리를 '자치'로 인식, 이를 학문·정책·사업화하는 등 주민자치 실현으로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한국자치학회 전상직 회장.

전상직 회장은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워크숍에서 이런 주문도 했다.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임무는 새로 뽑힌 도지사가 주민자치를 위해 일하게끔 하는 일이다. 경남형 주민자치를 만드는 일이다. 시군구협의회장과 읍면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이제 동장하고 맞서서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한다. 시군구 조례 읽어봤나? 시행령 규칙 읽어봤나? 그거 안 읽고 무슨 활동을 하나? 알아야 면장 한다. 공부 안 하는 주민자치위원장은 오히려 걸림돌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주민자치를 해라. 우선 일주일 동정부터 파악해라. 주기적으로 시군구 차원에서 위원장들에게 주요 정책 흐름 브리핑도 하게 해야 한다. 보통 읍면동장은 주민자치를 돕는다면서 지배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민자치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는 문재인 정부 분권로드맵 5대 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핵심이다. 5대 과제에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 자치역량 제고,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이 포함된다.

지방자치의 최일선인 읍면동 운영이 마을 현안과 괴리돼 있고, 일부 주민대표기구는 수동적 역할에 국한돼 자치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민자치를 5대 과제에 포함시킨 배경이다.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 등 주민의 정책참여와 선출직 견제장치가 보장돼 있으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것도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혁신 읍면동 추진, 주민참여 활성화 등 중점 추진과제 둘을 제시했다.

그중 혁신 읍면동 추진에 현 주민자치회 강화가 포함된다. 주민자치회가 마을계획을 세우고,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며, 개인균등분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제출된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로드맵 초안이었다. 이후 로드맵은 확정됐을까? 내용에 변화는 없을까?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자치분권위원회가 3월 출범하면서 전체적으로 일정이 늦어졌다. 7월까지 위원회에서 안을 만들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의 중점 추진과제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핵심이 주민대표 기구로 주민자치회를 세우는 일이다. 지금은 중점 추진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지금 주민자치위원회는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지역유지 위주로 구성돼 있고, 주민자치회 시범사업도 한계가 역력하다. 기본교육을 받게 하고, 끊임없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자치회 관련 법제화가 우선돼야 한다. 지방자치법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별도 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

"그 내용을 지금 공개하기는 그렇다. 검토 과정이고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도시 농촌지역 각각 실정에 맞는 주민자치회 운영 모델 검토하는 일도 또 하나의 사업축이다. 주민자치회 시범 운영이나 서울형, 충남형, 담양형 주민자치 모델, 혁신 읍면동 등 각종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상태다."

결론

전국에 3490개의 읍면동이 있다. 주민자치의 기본 단위다. 각 읍면동별로 20∼25명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 있다.

그러나 실제 읍면동을 자치의 기본단위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되고, 주민총회가 법제화한다면 그 단위는 읍면동 아랫단위인 이·통이 될 수 있고, 그보다 더 작게 마을단위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전국에는 6만~7만 명의 이·통장이 있다. 마을 수는 그보다 더 많다.

인구 8400만 명의 독일은 자치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곳이 1만여 개다. 이처럼 주민자치의 단위가 더 작아지고, 해당하는 범위의 주민 수가 적을수록 주민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다. 주민자치의 원리가 그렇다.

지난달 21일 사천에서 열린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워크숍에 참석한 240여 명의 도내 읍면동 위원장들이 '주민자치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일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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