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각 의회가 오늘 새 임기를 시작한다. 과거처럼 특정정당이 압도하지 않고 여야가 균형을 이룸에 따라 새로운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벌써 잡음이 들리고 있다. 달라진 환경에서도 지방의회의 구태가 여전할 경우 주민들의 불신이 커질 것이다.

역대 지방의회 의장단 구성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이 의장, 부의장,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차지하려고 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들과 갈등을 빚기 일쑤였다. 이번 지방의회는 여야 정당 간 의석이 균형을 이룬 만큼 예년처럼 한 정당이 독식하려는 시도는 저지당하겠지만, 정당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결 양상이 더 농후해진 환경에서는 독점보다 경쟁 구도가 더 폐단을 낳을 수도 있다. 한 정당이 독점한 이전 지방의회에서도 빈발했던 나눠 먹기나 담합 등이 더 심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도내 대부분 시군의회에는 의장과 부의장 선출에 대해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라는 등의 규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투표는 요식행위에 가까웠다. 법과 현실이 부합하지 못하는 원인은 규정이 지나치게 단순해서다. 당 차원에서 미리 후보가 정해지거나 당이 소속 의원의 표 이탈을 막는 데 나서고 상임위원장 배분도 능력이나 경력 위주가 아닌 나눠먹기 식에 치우친 것이, 형식적인 선거 규칙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혹자는 무기명 투표의 성격을 강화하여 일괄적으로 입후보 절차를 거친 후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 민의를 왜곡하지 않는 가장 정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지방의원들이 민주적 선출 제도를 통해 뽑힌 만큼 그들도 민주적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한 선출만 강조하면 의회를 독점한 다수 정당에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므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선거를 원칙으로 하되 상임위원장의 일정 몫은 소수정당에 돌아가게 하지 않으면 다수당끼리 나눠 먹더라도 견제하기 어렵다.

의장단이나 상임위 선출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조례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 상세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도·시군의회의 전력을 고려컨대 중이 제 머리 깎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수정당 의원과 시민들이 활동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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