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선택해 직면할 것인가?

지난달 심은록 미술평론가를 창원 에스빠스 리좀에서 만났다. 그녀는 고 이성자(1918~2009)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한 <이성자의 미술>의 저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을 쓰며 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알리는 비평가다.

심 씨는 현대미술은 '선택'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샘'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용 소변기를 작품으로 낸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 진짜 캠벨 수프보다 비싸게 팔리는 수프 표지를 말한 미국 작가 앤디 워홀처럼 누가 어떻게 문제를 던지느냐에 따라 꼿꼿한 예술도 시대 흐름을 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며칠 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베트남에서 베를린까지'전을 봤다. 베트남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번진 1960년대부터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0년대 말 사이에 제작된 작품 170여 점이 내걸렸다.

25개국 작가 51명은 전쟁, 독재, 독립 투쟁, 민주화 운동 등 현실에서 침묵하다 시간의 힘을 빌려 목소리를 낸 게 아니었다. 그 순간 뜨거운 피를 끌어모아 붓을 들었다.

전시 큐레이터는 그 당시 예술가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데서 나오는 힘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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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예술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초 치열하게 벌어진 미투운동과 서로 '자매님'이라 부르며 거리에서 한목소리를 낸 여성들. 다른 범주에서 제주에서 희망을 찾고 싶은 예멘 난민, 끝나지 않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 등.

붓을 든 그들의 오늘처럼, 우리도 마주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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