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정의당 공조 선언에도 불구 민주당 내 반란표 속출
부의장·정의당 몫 상임위 1곳 빼고 모조리 자유한국당에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의 정치력 부재와 분열로 말미암아 의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거의 전석을 자유한국당에 헌납하는 꼴이 벌어졌다.

창원시의회 정당 의석 비율은 '민주당 21석, 한국당 21석, 정의당 2석'으로, 애초 민주당의 싹쓸이가 예상될 정도였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서로 연대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이에 따라 정의당 노창섭 의원이 민주당 의원의 양보로 환경해양농림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반면 '민주당-한국당-정의당' 간 3자 협의에 응하지 않은 한국당 의원 사이에서는 '자율적으로 출마해 본회의장에서 평가를 받겠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었다.

1일 오전 열린 창원시의회 의장 선거 결과 한국당 후보로 나선 이찬호 의원이 23표를 얻어 민주당 후보로 나서 21표를 얻은 김태웅 후보를 2표 차로 따돌리고 의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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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이찬호 의원이 1일 오전 7시 30분 부터 열린 창원시의회 제7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창원시의회 의장으로 선출 됐다.이찬호 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단 2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면서 '정의당 2석'이 한국당 후보를 지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당이 민주당과 협의를 통해 상임위원장 후보를 출마시킨데다 당 정체성을 보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노창섭 의원 역시 "제가 상임위원장 출마까지 했고 민주당과 협의를 했는데, 어떻게 우리가 한국당을 지지할 수 있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부의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장하 의원이 25표를 얻어 19표를 득표한 한국당 박춘덕 의원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부의장으로 당선되긴 했으나, 상임위원장 선거 결과가 공개되자 민주당 의원은 경악하는 듯했다.

의회운영위원장 선거에서는 한국당 이치우(23표) 의원이 민주당 박성원(21표) 의원에게 승리했고, 기획행정위원장 선거에서도 한국당 손태화(23표) 의원이 민주당 한은정(21표) 의원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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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으로서는 의장에 이어 핵심 상임위라 할 '의회운영'과 '기획행정'마저 건지지 못한 셈이 되고 말았다.

경제복지여성위원장 선거 역시 한국당 김순식(25표) 의원이 민주당 백승규(19표) 의원을 여유롭게 이겼고, 문화도시건설위원장 선거에서는 한국당 이혜련(24표) 의원이 민주당 주철우(18표) 의원을 6표 차로 따돌렸다.

다만, 환경해양농림위원장 선거는 3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는데, 이번 의장단 선거에서 민주당 이탈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여서 흥미롭다.

1차 선거에서 정의당 노창섭 의원이 20표를 얻고 한국당 이천수 의원이 22표를 얻으면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무효표 2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2차 투표에서는 노 의원과 이 의원이 각각 22표를 얻었다. 세 번째 결선투표에서 노 의원이 23표, 이 의원이 21표를 획득하면서 결국 노 의원이 환경해양농림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창원시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민주당(21)+정의당(2)=23'의 결과로 승리를 일궈낸 유일한 투표였다.

이로써 한국당은 의장을 포함해 상임위원장 4석을 가져갔고, 민주당은 부의장 하나를 건지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원장 1석을 획득했다.

민주당의 정치력 부재와 의원 상호 간 불화, 그리고 마창진 지역별 이합집산 움직임은 이미 당내 경선부터 잉태되었다는 전언이다.

6선 김종대 의원, 3선 공창섭 의원, 3선 김태웅 의원이 각각 마창진을 대표해 출마한 당내 의장 후보 경선에서 김종대 의원이 낙마하면서 당내 반목의 불씨가 걷잡을 없이 커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초선 의원 사이에서는 "누구 잘잘못을 떠나 참담하다"는 반응이 일고 있고, 한 재선 의원은 "통제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고 답답하다. 허성무 시정이 걱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창원시의회 의장단을 한국당이 장악하면서 허 시장은 아연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창원시의원은 "시민이 지방권력 교체 열망을 보여줬다"며 허 시장에게 많은 기대를 표하면서도 스스로 이를 부정한 꼴을 보여주고 만 셈이어서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 중앙당 박범계 대변인은 지난달 선거 직후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내부에서 의장 및 부의장 선출 절차가 완료된 후 본회의 과정에서 타당 후보를 지원하는 행위는 해당 행위이며 징계 대상에 포함된다. 최대 제명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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