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도 끝났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었고, 교육감선거에서도 진보진영 인사들의 연이은 당선으로 무상교육, 교육 불평등 해소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들을 추진할 명분을 얻은 만큼 이제는 차분히 교육현장이 안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챙겨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특히,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재선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무상교육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겠다.”, “급변하는 사회에 맞는 ‘미래역량’을 기르는 교육체제를 만들어 경남교육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미래를 말할 때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미래교육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스마트한 미래사회에 무난히 적응하고 더 나아가 그 주역으로써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국내 최고 학부라고 자랑하는 서울대 공대 신입생 중에서 ‘물알못(물리를 알지 못하는)’ 학생이 절반에 달하고, 그 결과 공학도의 꿈을 접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었다. 아울러 이미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되려면 물리학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과학계와 대학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은 그 중요성이 매우 잘 인식되어 있는 반면 물리는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물리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목이고, 또, 교과의 특성상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이라면 그만큼 더 많은 수업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고를 제외한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물리수업 시간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오히려 입시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했고, 교육과정편성에서부터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다른 과목 간의 형평성이라는 장벽에 막혀 좌절했다. 이런 문제가 겉보기에는 아주 공평하여 전혀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등학교에서 물리교육 생태계를 붕괴시켰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이공계 인재양성을 위기로 몰고 간 비교육적이고 불공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서울대 공대의 ‘물리 위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대학 스스로 자초한 책임 또한 크다. 신입생 선발의 주체는 대학이다. 대학은 신입생 선발을 통해서 그 대학이 키우고 싶은 새로운 인재를 이모저모 견주어 가며 뽑는다. 공학교육에서 물리적 소양이 필수적이라면 수시든 정시든 물리Ⅱ 성적을 입시에 반영할 방법을 왜 찾지 않았는가? 대학이 정해놓은 모집요강에 따라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수험생의 당연한 권리이다. 물리Ⅱ를 회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대학이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물리Ⅱ를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을 타박할 수 있겠는가? 사교육과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으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명분을 찾는 것도 대학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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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점에 경남교육청이 ‘미래교육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미래 인재들에게 물리와 정보통신공학 소양을 크게 키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경남교육청만이라도 그동안 겉보기 형평성으로 왜곡된 고등학교 물리교육 환경을 바로잡고, 또, 일부 ‘과학중점학교’를 ‘물리중점’으로 개편하는 등 ‘선택과 집중’으로 물리교육 생태계를 복원시킴으로써 이공계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의 물리적 역량을 키워주면 전국의 모든 이공계 대학입시에서 크게 환영받을 것이다. 그리고 경남의 미래 인재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으로 당당히 성장해갈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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