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투어리즘', '디즈니피케이션', '투어리시티피케이션', 모두 아직 우리말로 번역이 마땅치 않은 신조어들이다. 지나친 관광정책과 과잉 상품화 탓에 겪게 되는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삶터의 파괴현상을 지적하는 용어들로 우리 주위에서도 날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얼마 전 통영시 우도에서 주민들이 해상 보도교를 막고 시위를 한 일은 우연한 사건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국내 최장 해상 보도교의 임시 개통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3000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우도 주민들은 난데없는 날벼락을 맞았다. 편의시설이라고는 전혀 갖추지 않은 상태라 섬 곳곳에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났고 성난 주민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은 채 관광 상품화에만 열을 올린 행정의 미숙함과 부실함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었다. 다행히 후속 대책을 시급히 마련한다고는 하나 근본적인 해법까지 세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는 통영시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 되어버린 동피랑의 사례를 보면 과잉 관광 상품화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원래 동피랑 마을만들기의 취지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어 살기 오붓한 마을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을벽화가 알려지면서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오가게 되었고, 실제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의 생활마저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 몰려든 관광객들이 집집마다 담장 넘어 기웃거린다고 상상해보라. 사생활 침해는 물론이요 상대적 박탈감은 따질 수조차 없는 상처다.

유명해지는 만큼 지대는 올라가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틈을 노려 비집고 들어오는 장사치들 덕분에 동네 인심은 팍팍해지고 있다. 결국, 원주민 절반 가까이 떠나가고 말았으니 생활터전마저 과도하게 관광 상품화하다 발생한 부작용이라 하겠다.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관광자원을 살리는 일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한다면 보완책과 대안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새기기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