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공기업 채용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지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공정한 채용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6일 창원 본사에서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 최종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에 참여한 지원자들의 복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흰색 남방셔츠와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두산중공업이 면접위원들의 '예단'을 막고자 지난해부터 지원자들의 교복 착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고, 올해도 기조를 이어갔다.

블라인드 채용에 따라 두산중공업 입사지원서에서는 사진이나 학교, 가족 정보, 주소 등 항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름과 희망 직무, 직무 관련 자격증만 써넣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도 규칙 준수 사례나 갈등 해결 방법, 직무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 등 직무와 관련된 항목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채용 공고를 내면서 '자소서에 학교나 가족, 출신 지역 등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쓰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여러 차례 주의를 주기까지 했다.

이날 최종 면접에 응시한 사람은 70여 명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최종 면접에 앞서 지원자 중 자소서 평가를 통해 직무에 적합한 인재 15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나흘에 걸쳐 실무면접을 진행했다. 이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직무역량 검증 위주로 평가가 이뤄졌다.

두산중공업은 "이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블라인드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됐다"며 "실무면접은 지원자의 직무이해도와 태도, 기술, 지식을 평가하는 직무역량 면접과 두산그룹의 인재상에 기반을 둔 인성과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파악하는 구조화면접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종 면접에서도 면접위원들은 지원자 인성과 잠재력을 파악하려는 질문을 이어갔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을 비롯한 면접위원들은 일방적인 질문에 그치지 않고, 지원자들의 자발적인 질문을 유도하면서 토론형식으로 면접을 이끌어갔다.

VR(가상현실) 장비를 착용해 두산중공업 공장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거나, 3D 프린터로 제작한 증기발생기 모형을 보여주면서 지원자들에게 미래 산업 현장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보라는 이색 주문을 하기도 했다.

김명우 사장은 "대내외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기술직 신입사원의 채용을 진행했다"며 "두산중공업은 앞으로도 블라인드 채용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제도 정착을 선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채용에 최종 합격한 기술직 신입사원들은 내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오는 2021년 두산중공업에 입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