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집중근무제 확대, 현장직 사계절 생산 시스템화
효율성 증대·자율성 보장…'일괄 적용' 어려움 호소도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노동시간 단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경남지역 주요 기업들도 관련 준비로 분주하다. 이 제도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300인 이상에 해당하는 도내 대기업·중견기업들은 오전에만 하던 집중근무제를 오후까지 늘리는 등 업무 효율성은 높이되 근무시간은 개인이 자율로 정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다. 일터 풍경 변화도 예고된 셈이다.

창원지역 플랜트 분야 한 대기업은 제도 시행 약 3개월 전부터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고민해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사무직은 우선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한다. 기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률적인 근무시간을 벗어나 팀장에게 허락을 받으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며 "여기에 기존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하던 집중근무제를 오후에 2시간을 더해 업무 효율을 더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보고체계 단순화, 파워포인트 등 문서 작성 대신 메일로 간단 보고 확대, 불필요한 회의 시간 단축 등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장직 직원을 두고는 "현재 3교대로 돌아가서 당장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고객이 납기 단축을 요구하거나 일감이 확 늘어날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탄력적 근무시간제가 논의돼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전자업계 한 대기업은 사무직·연구직·현장직이 단일 사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만큼 직종별 대응 방안을 달리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올 2월 중후반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비해 시범 운영을 해왔다. 사무직종은 크게 두 가지를 하고 있다. 하나는 주 40시간 내 하루 근무시간을 4∼12시간까지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더불어 하루 8시간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직은 주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했다. 전자·가전제품은 계절별로 수요 차이가 크다. 기존에는 판매가 많이 되는 시점에 초과근로로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제는 미리 수요를 예측해 그해 생산 계획을 세우고 초과근로 대신 판매가 적은 시기에 미리 생산을 해서 판매가 많은 때를 대비하는 '사계절 생산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직·현장직과 달리 연구직은 직종 특성상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면 인력 운영상으로도 어렵고, 연구원 스스로 답답한 점이 많다. 연구직까지 일괄 적용하는 것은 정부가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산업 대표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은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KAI 관계자는 25일 "회사 내부에서는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다. 개정 법률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노조와 협의할 부분도 많아 시행 계획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아직 노사 간 협의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가 유예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사실상 늘렸지만 너무 급하게 결정돼 관련 대책을 마련할 물리적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업체도 있었다. 도내 한 자동차부품 중견기업 관계자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서 비롯하기에 관련 정책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법 시행이 조금 급하게 결정돼 기업이 법을 준수할 환경을 미리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도 다양한 준비를 해왔지만 실제 실행에서 어떤 문제가 드러날지 아직 알 수 없다. 정부가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둔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기업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이 커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평소 근무형태로만 보면 웬만하면 주 52시간 내로 인력 운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4시간 연속 일해야 하는 시운전 같은 특수 업무에 대한 예외 적용이 없고, 수주산업 특성상 납기가 다가오거나 고객이 납기 단축을 요구할 때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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