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박물관 소장…이성계가 내린 현존 유일 공신교서
문화재청 "고려말~조선초 제도사·법제사 중요 자료"

국립진주박물관이 소장 중인 이제 개국공신교서(李濟 開國功臣敎書)가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27일 이제 개국공신교서를 '국보'로, 익산 미륵사지 출토 사리장엄구 등 1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교서는 조선 태조 1년이던 1392년 이성계가 조선 개국 일등공신 이제(李濟·? ~ 1398)를 개국공신 1등에 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관이 성주인 이제는 고려 후기 문신 이조년의 증손으로 아버지는 고려 말 우왕 대 권신 이인임의 동생 이인립이었다. 부인은 태조 계비 신덕왕후(神德王后) 딸인 경순궁주(慶順宮主)이며 이성계를 추대해 조선을 개국하는 데 큰 역할을 해 개국공신 1등에 기록됐다.

'교서'는 국왕이 당사자에게 직접 내린 문서로서 조선시대 공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던 공신도감(功臣都監)이 국왕의 명에 따라 신하들에게 발급한 녹권(錄券)에 비해 위상이 높다. 조선 초 개국공신 '녹권'으로는 국보 제232호 '이화 개국공신녹권(李和 開國功臣錄券)'과 개국원종공신녹권 7점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개국공신교서'로는 이번 '이제 개국공신교서'가 처음으로 국보로 지정됐다. 특히 교서 끝 부분에는 발급 일자와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라는 어보(御寶)가 찍혀 있다. 이 어보는 공민왕 즉위 19년이던 1370년 명나라에서 내려준 고려왕의 어보로, 조선 개국 시점까지도 고려 인장을 계속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교서는 조선 최초로 발급된 공신교서이자 현재 실물이 공개되어 전하는 유일한 공신교서라는 점에서 조선 시대 제도사, 법제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라면서 "아울러 고려 말∼조선 초 서예사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와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국보 제324호로 지정된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에 있는 성주 이씨 경무공파 대종가에서 630여 년간 보관했으며 최근 국립진주박물관에 위탁해 보관 중이다. 종손인 이억(55·BNK경남은행 회원동지점장) 씨는 "전란과 피난 속에서도 집안의 가보로 지금까지 보존해 온 선조에게 감사하다"며 "국보 지정은 집안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 밖에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 김정희 필 난맹첩, 이정 필 삼청첩,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 심사정 필 촉잔도권,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 감지은니범망경보살계품, 송조표전 총류 권 6~11, 대곡사명 감로왕도, 이숙기 좌리공선교서, 분청사기 상감 '경태 5년명' 이선제 묘지, 호림박물관 소장 지장시왕도 등 문화재 1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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