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물들어 가는 산자락과 손을 대면 파란 물감이 묻어날 것만 같은 청아한 하늘빛의 어울림. 정말 봄 날씨입니다. 아니 벌써 여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잎 사이로 이름 모를 새들이 노래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밝게 비치는 햇살을 받으면서 오랜만에 부모님께 편지를 씁니다. 지척에 살면서도 언제 제가 부모님과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어드리지 못하고 모처럼 마음먹고 뵈올라치면 왜 그리 말문이 열리지 안는지! 애 아빠와 만나 결혼한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 부모님을 대 하면 어색하기만 합니다.
다정하게 대해주시는 부모님께 정말 죄스럽지만 친정엄마와는 조금 다른 어색함이 자꾸 고개를 돌리게 만듭니다. 여름이 가까워오면 시골에서는 무척 일손이 바쁘지요.
모내기준비에 밭곡식준비, 연세 많은 부모님께서 밭으로 논으로 다니시는 모습을 볼 때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살아갈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번 주에도 부모님을 뵙고 제가 이런 말을 했죠. “아버지 이젠 농사에서 손떼면 안되나요. 저희들이 용돈을 드릴테니 이젠 고생 좀 하시지 마시고 편안하게 생활하시면 안돼요.”라고 말했을 때 “재미삼아 하는 거고 야채나 곡식을 가꾸어 놓으면 너희들이 갖다 먹는 재미로 우리 두 늙은이가 이러고 있지 않느냐.
시골에서 무슨 낙이 있겠니. 이거라도 해야지…”하셨지요.
부모님께서는 아마 자식들이 자주 내려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작은 농사라도 일손을 놓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내리사랑이라고 손자.손녀의 재롱을 보시기 위해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농사를 짖는다라는 생각을 하면 자주 내려가 뵈어야겠지만 날마다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은지 자주 뵙지도 못하고 참 죄송할 따름입니다.
올 애들 방학 때에는 아이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 봤으면 좋겠는데 부모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효도 한번 해 봐야지 생각합니다. 항상 받기만 했으니 이젠 저희들이 돌려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 저희들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걱정끼치지 안으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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