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주목도 결국 말라죽어
홍준표 전 지사 도정 '상징'…시민단체 "표지석도 없애야"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청 정문 앞에 심은 '채무 제로 기념 나무'가 뽑혀 나갔다. 지난 2016년 6월 1일 홍 전 지사가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하며 사과나무를 심은 이후 세 번 나무 교체를 했으나 25개월 만에 기념식수가 도청에서 사라지게 됐다.

경남도는 27일 오후 3시 굴착기를 이용해 채무 제로 기념으로 심은 주목을 철거했다. 말라죽은 주목은 폐기된다. 도는 그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지 않고, 화단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나무가 말라죽었다는 판정을 받아 폐기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 측과 의논하지 않았다"라고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도는 그동안 '홍준표 상징 적폐'인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뽑아야 한다는 시민사회 요구와 '홍준표 흔적 지우기'라는 자유한국당 도의원 반발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었다.

채무제로 기념식수 철거를 주장해온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은 이날 철거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은 기념식수 앞에 설치된 표지석도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김영만 상임의장은 "죽은 나무를 뽑아내는 건 당연하다. 표지석이 더 문제다. 옛날 탐관오리 셀프공적비와 다를 바 없다. 나무만 철거하고 표지석을 그대로 둔 것은 반밖에 철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표지석을 계속 둔다면 삽과 곡괭이를 들고와서 직접 강제 철거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국회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도지사 당선인이 '채무 제로 기념 나무 뽑기'로 취임도 하기 전에 전임 도지사 지우기부터 나섰다"고 반발했다. 윤 의원은 "전임 도지사가 힘들게 이루어낸 채무 제로 정책을 단지 흠집 내기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선거 때 표 얻으려고 눈먼 돈처럼 세금 나눠주기 정책 쏟아내면 우리 아이들에게 빚더미 안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했던 2016년 6월 1일 도청 정문 앞 화단에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사과나무를 심었다. 이후 주목으로 두 차례 교체했지만 모두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었다. 27일 오후 도청 관계자들이 주목을 뽑아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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