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환자 느는 뇌수막염
갑작스러운 발열·구토·발진 등 다양한 증상 동반
엔테로바이러스 감염돼 주로 발병…"위생 철저히"

감기나 장염 증상으로 병원에 간 아이. 그런데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설사를 하는데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뇌수막염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병명이다. 과연 어떤 질환일까? 김해 경희의료원 교육협력 중앙병원(이하 경희중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미옥 진료부장의 도움말로 뇌수막염에 대해 알아본다.

◇발병 원인은

뇌수막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을 말한다. 뇌수막은 가장 깊은 곳에서 뇌를 감싸는 연질막, 연질막 밖에서 뇌척수액 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거미막, 바깥쪽에서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경질막으로 구성된다.

뇌수막염은 거미막과 연질막 사이에 있는 거미막밑 공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염과는 다르다. 뇌염이란 뇌 실질의 염증성 질환을 총칭하는 말이지만, 뇌수막염은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생기는 질환이다.

뇌수막염은 세균성과 무균성(바이러스)으로 나뉜다. 주로 세균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데,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90% 이상이 엔테로 바이러스이다. 콕사키바이러스와 에코바이러스가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엔테로바이러스이다.

엔테로바이러스는 '장바이러스'라고도 하는데, 장염을 일으키거나 수족구병, 헤르판지나(포진성 구협염)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매년 엔테로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뇌수막염 발생이 많고, 장염 증상을 보이는 아이 중 뇌수막염 진단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외에 홍역 바이러스도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킨다.

김 부장은 "같은 바이러스라도 침입 경로에 따로 폐렴을 일으키기도 하고 장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뇌수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린이집에 다니는 큰 아이가 수족구에 옮아 왔는데, 작은 아이가 뇌수막염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세균성 수막염 원인균으로는 폐렴연쇄구균, 인플루엔자간균과 수막구균 등이 가장 흔하다.

김 부장은 "바이러스 뇌수막염이 80% 정도 되는데, 뇌수막염은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주로 장 바이러스인 엔테로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뇌수막염도 많았지만, 예방백신 접종으로 요즘은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증상과 진단

38도 이상의 고열, 두통, 오한 증상이 생기면 대부분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뇌수막염에 걸렸을 때에도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뇌수막염 증상은 발열, 구역질, 두통, 후두부 경직, 설사, 구토, 발진 등 다양하다. 대개 증상이 갑작스럽게 시작되고 고열을 동반한다. 증상만으로는 세균성과 무균성을 구별하기 어렵다.

뇌수막염은 아이들만 앓는 병은 아니다. 인플루엔자간균에 의한 수막염은 과거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김 부장은 "소아와 성인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성인은 잘 걸리지는 않지만 소아에 비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열이 난다. 뇌수막염과 구분해야 하는 질환으로 뇌염이나 뇌출혈, 뇌졸중 등이 있다. 뇌염은 두통이나 구토 증상과 함께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고, 뇌출혈이나 뇌졸중은 마비가 생기고 의식이 없으면서 열이 안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비해 아이들은 증상이 다양하다. 아이들의 경우 2가지 증상 타입이 있는데, 하나는 뻣뻣해지면서 경련을 일으킨다. 다른 하나는 갑자기 축 처지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뇌수막염이라도 열이 안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균성 뇌수막염과 무균성 뇌수막염은 치료방법이나 질병 경과에서 큰 차이가 있으므로 뇌수막염 증상을 보이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김 부장은 "뇌수막염의 주증상은 두통과 구토이다. 고열이 지속되면서 의식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두통이 아침에 심하고, 목이 뻣뻣하고, 머리를 흔들면 아픈 등 뇌압이 올라가면 나타나는 증상이 생긴다. 뇌에 염증이 생기면 뇌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뇌수막염 진단은 뇌척수액 검사로 한다. 일부 환자는 세포배양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CT나 MRI 검사를 하기도 한다.

김 부장은 "고열이 지속되면 척수액 검사를 한다. 특히 3개월 미만 영아는 가벼운 감기 같아도 척수액 검사를 필수적으로 권한다. 영아의 뇌수막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 등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고 밝혔다.

김미옥 김해 경희중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부장. /이원정 기자

◇치료 방법은

세균성 뇌수막염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증을 남기지만, 무균성 뇌수막염은 정상 면역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비교적 치료가 잘돼 7~10일이면 대부분 회복된다.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없다. 따라서 무균성 뇌수막염은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한다. 뇌압을 낮추는 약을 쓰고 열이나 두통, 탈수증세 등에 대한 대처를 하게 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항생제를 투여한다. 원인균에 따라 다르지만 2주가량 치료한다. 김 부장은 "뇌수막염은 초기에는 발열, 두통, 구토 등 감기나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구분하기 힘들지만, 증상이 보통 감기에 비해 심하다고 느끼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뇌수막염이라고 하면 큰 두려움을 갖는 부모가 많다. 아무래도 '뇌'라는 말에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또한 척수액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 척추를 건드려 다리가 마비되지 않을까, 평생 허리를 못 쓰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적절한 치료를 하면 뇌수막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10세 미만 특히 주의해야"

경희중앙병원 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의 최근 5년간 자료를 보면 주로 6월부터 바이러스 수막염 환자가 증가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7~8월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연령별로는 10세 미만 아동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엔테로바이러스는 전염성 병원체로 주로 침, 가래, 분변과 같은 분비물로 전염되기 때문에 여름철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간에서 손 씻기 등 개인별 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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