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출범 '적폐와 협치' 논란 무성
통합후유증 극복 활력 찾을 묘안 기대

'적폐'와 '협치'라는 단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나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던 '적폐 청산'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경남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일정 정도 그 건재함을 드러내면서 '민주당+한국당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그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적폐 청산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외침은 드높고, 협치를 통한 안정적 행정 행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읊조림 수준인 듯하다.

허성무 창원시장 당선인이 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자마자 '적폐와 협치'에 관계된 여러 논란이 안팎에서 무성해졌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한쪽에서는 "한국당 성향의 공무원이 대거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적폐 청산 당위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만 활동해온 사람들이 그동안 진행되어 온 행정 전반을 적폐로 규정하는 순간 시정 혼란은 불가피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장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자의 목소리는 높고 후자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대내외적으로 한국당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적폐청산과 협치를 조화시키겠다는 의지의 발현이 오히려 적폐청산파와 협치파 양쪽으로부터 공격 받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묘한 데자뷰다. 우리는 당위가 구체적 현실 앞에서 힘을 잃어 가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다.

김두관 도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역임했고, 오랜 기간 정당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왔으며,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월천거사(한 달에 1000만 원씩 번다)' 반열에 오른 바 있는 잘나갔던 방송인(정치평론) 출신인 허성무 당선인이 이런 딜레마적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원시 현안 사업들 중 호락호락한 것은 하나도 없다. 경제논리와 친환경 정책을 조화시켜야 하고, 토목·건설 자본의 활동을 명분 없이 인위적으로 제약하거나 위축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시민 간 찬반양론을 조화시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이야 일정 정도 '공중전'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허성무 창원시장 당선인이 점령해야할 고지는 진흙탕 포복을 통해야 도달할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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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허 당선인에게는 희망이 있다. 통합 이후 전직 시장 두 명 모두 4년밖에 재임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미완의 시정을 남겼다면, 허 당선인에게는 8년·12년의 로드맵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통합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정체성 혼란의 도시로 남느냐, 아니면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서서히 변하느냐의 갈림길 앞에서 허성무 당선인의 묘안을 기다려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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