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특강 후 학생 간 갈등…미투 폭로 이어지자 학교 측 페미니즘 교육 취소
여성·인권 단체 학내 미투를 위한 비상대책위 꾸려져…도교육청 조사 중

함양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페미니즘 교육을 둘러싼 논란이 스쿨미투로 번지고 있다. 경남지역 46개 시민사회단체가 학생들 용기에 지지를 보냈다.

학내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여학생과 이를 조롱·비난하는 남학생 간 갈등을 단순한 대립으로 여기고, 진행 중이던 페미니즘 교육을 중단한 학교 측 대응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나 = 이 고교 의뢰를 받아 남원지역 한 여성주의문화단체가 지난 5월 학생회 간부대상 성교육, 인문학교실 '성과 인권' 특강 등 1차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여학생들은 '남자 몰카는 네이버 실검·여성 몰카는 야동 사이트 인기 검색어' 등 페미니즘 문구와 통계를 붙임쪽지에 적어 화장실에 게시했다.

이에 일부 남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메갈은 정신병"이라는 글을 올리고, 여학생이 지나가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조롱했다. 학교 중재로 해당 남학생들이 공개 사과하며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3학년 여학생들이 교사들이 성차별을 한다며 미투운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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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관련 이미지./연합뉴스

학교 측은 해당 교사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고, 6월과 9월에 예정한 페미니즘 교육을 취소했다. 일방적인 교육 취소 통보를 받은 단체는 이 학교가 학내 성차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2일 경남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학교 측은 일련의 사태가 5월 성교육과 페미니즘 특강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남학생들 주장에 손을 들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현재 교사 성차별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면 인권과 페미니즘 교육이 더욱 절실한데 학교는 문제를 빨리 봉합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도교육청은 26일 학교를 방문해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조사를 했다.

◇시민사회단체 "여학생 미투 지지" = 민원을 제기한 단체는 경남에서 성평등 실현과 학생 인권보장을 지지하는 단체들과 '○○고 학내 미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는 26일 성명을 내고 "페미니즘 교육은 학내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성차별과 여성혐오 문화가 고착된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며 성차별에 맞선 여학생들의 미투운동을 지지했다. 비대위는 △학내 여성혐오 문화와 성차별 문제 진상규명 △책임자 징계 △지속적인 성평등 교육 등을 도교육청과 학교에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에 동참한 단체는 미투경남운동본부, 경남여성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경남지부, 애기똥풀, 학비노조경남지부 등 단체 46개와 개인 참여자 9명이다. 비대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시민 의견도 받고 있다. 도교육청 민원 답변에 따라 이후 행동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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