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외지 사람 등용 흔한 일
실력 중심 인재 기용 군주 안목이 중요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많은 후보자가 자신이 우리 지역의 발전에 적임자라고 내세우면서 불꽃을 튀겼고 시민들은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필자는 정치의 본질적 구조와 그 파급력에는 관심이 많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편을 갈라 싸움질하는 현실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언젠가 필자의 부친이 고향에 돌아와서 정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지만 필자는 농으로 알아듣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미 고향을 떠나온 지 수십 년이 넘은 사람이 단지 그곳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로 돌아가서 정치를 한다는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았고, 내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재 이곳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랬다. 물론 이곳에서도 현실 정치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확히는 역량 부족으로 못하는 것이지만….

보통 지방선거는 시·군·구 등 각 지역을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는 터라 그런지 그 선거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 후보자로 많이 나오고 또 그들이 많이 당선된다. 아무래도 애향심도 많을 테고 그 지역을 더 잘 아는 점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다. 그런데 꽤 오래전에 모 인사분과 우연히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출생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경남, 창원과는 별 상관이 없는 분이다. 직장 때문에 오래전에 이곳에 와서 본인보다는 동료를 위해 목소리도 내시고 여러 가지 봉사도 해 오신 분으로 처음부터 정치에 뜻을 가지고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은근히 견제가 들어왔다는 건데 평소 흉금을 트고 친하게 지낸다는 분들조차 '그래도 너는 안 된다'는 거란다. 너는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초·중·고등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라는 이유다. 혈연, 지연, 학연이 없다는 소리다. 항상 우리나라의 폐단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꼭 외지인이라고 해서 현지인보다 그 지역의 행정과 정치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사람들과 소싯적부터의 인맥이 없기 때문에 더 냉정하게 자를 건 자르고, 바꿀 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향심이라는 것도 꼭 거기에서 태어나고 거기 학교를 다녀야만 생기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이 내가 평생 살아갈 곳이라면 애정은 생기기 마련이다.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 수백 년간 많은 나라가 번성하고 망하고를 반복했다. 결국, 진시황의 진(秦)나라가 전국칠웅 중 6개 나라(위, 한, 조, 초, 제, 연)를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루긴 했지만 그 지난한 시간 동안 많은 인재가 등장했다. 특히 객경이라고 하는 그 나라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요직을 맡아 국가가 흥하는 경우가 많았다. 춘추 초기 제나라 환공을 패자로 만든 관중도 제나라 사람이 아니었고, 서쪽의 편벽한 야만족의 나라였던 진나라를 중원의 중심국가로 일으킨 목공도 백리해라는 우나라 인재를 요긴하게 활용했다. 춘추 말기 남방의 대국 초나라의 수도를 넘어뜨려 중원을 놀라게 한 오나라 왕 합려의 오른팔인 오자서도 초나라 사람이었고, 전국시대 초기 위(魏)나라를 부흥시킨 문후가 서방의 진을 견제하기 위해 등용한 오기 역시 위(衛)나라 사람이었다. 진나라에 법가개혁을 일으키고 통일을 이루게 한 상앙, 이사도 마찬가지로 객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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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 학연, 지연이 지금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을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등용이 가능했을까. 물론 그들의 능력이 출중한 것이 1차적인 이유였을 터다. 하지만, 주위 신하들과 대부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과감하게 인재를 기용한 군주들의 안목이 더 빛나 보인다. 결국, 인재는 쓰이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고 해서 그런 이유만으로 넌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스스로 안목 없음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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