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00만 원 넘기도…교육청 "국외자제 권고"

"아들이 원하니깐 일본 수학여행에 동의는 했지만 85만 원 여행비가 부담스럽죠. 일회 납부가 어려워 월 12만 원 '스쿨뱅킹 할부'를 선택했어요."

창원 한 중학교 학부모는 9월 수학여행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여행비를 나누어 내고 있다. 초·중·고교 국외 수학여행이 늘면서 수학여행도 할부시대가 됐다. 1월 설문조사를 거쳐 2박 3일 일본 오사카 수학여행을 떠나기로 한 이 학교는 최근 오사카 지역 지진으로 일본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제주도로 장소를 바꿨다.

창원 한 고교 역시 9월 일본 오사카 수학여행을 위해 3월부터 학생 1인당 월 15만 원씩 수학여행비를 적립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자녀가 다니는 한 학부모는 "작년에도 선배들이 일본 수학여행을 다녀온 걸 보고 아들이 가고 싶어 한다. 9월 여행 가기 전 옷 한 벌 사주고 용돈까지 주면 120만 원이 들 것으로 본다.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2017년 경남 수학여행 현황'을 보면 도내 초·중·고교 1037곳 중 국외 여행을 다녀온 학교는 20곳(초교 7곳·중학교 7곳·고교 6곳)이다. 국외 수학여행지는 일본이 11곳으로 가장 많고 대만이 5곳, 필리핀, 미국, 싱가포르 등이다. 학생 1인당 수학여행비는 경남과학고 380만 원(미국 보스턴 9박 10일), 밀양 홍제중 250만 원(필리핀 세부 4박 5일), 김해 이북초교 150만 원(싱가포르 4박 5일) 순이다.

경남도교육청은 모든 초등학생 1명당 수학여행비 13만 원, 중·고교 저소득층과 중위소득 52% 이하 가구에는 각 13만·27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한 박종훈 교육감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도내 모든 중·고교 학생 수학여행비 지원 확대를 공약했다.

하지만 최고 지원액 27만 원보다 지난해 기준 수학여행비가 비쌌던 곳이 21%(217곳)를 차지한다. 지원비 13만 원을 넘는 수학여행비를 정하는 초·중학교도 다수다. 이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국외 수학여행이 학교 간,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2018학년도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수학여행·수련활동 등)을 통해 국내 수학여행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특별한 교육 목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외 수학여행을 자제하도록 행정 지도하고 있다. 도교육청 체육건강과 관계자는 "다수 학교는 수도권을 수학 여행지로 선택하고 있다. 일부지만 수학여행비가 비싼 학교는 동창회 등 지원으로 학생 부담이 낮은 곳도 있다"며 "안전 문제와 학생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해 과도한 비용이 드는 국외 수학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외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학년 전체 인원이 국내 관광지를 쫓아다니는 식의 획일화된 수학여행을 개선하고 국외로 현장 교육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고 교육적 효과가 큰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산청 덕산중은 지난 4월 '자연과 예술 즐기기'를 주제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학생들은 탄광촌 주민들의 삶을 독특한 형상으로 그린 '광부화가'로 알려진 황재형 화가와 함께 새벽-낮-밤의 숲을 느껴보고 심상화를 그리고 공유했다. 학생들은 오히려 낯선, 예술 활동을 결합한 인상 깊은 수학여행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4색 테마' 수학여행을 다녀온 양산 신주중은 일정을 보면 다른 학교와 다를 바 없지만 형식을 달리해 학생 호응을 이끌어 냈다. 신주중은 'QR코드'를 넣은 여행자료집 1장으로 자원도 절약하고 여행지 곳곳의 정보를 찾아 '찍어보는' 재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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