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 "30㎞ 확대"… 경남도는 '둔감'
전문가 "풍향, 유사시 대피 지역 등 세부적인 설계 필요"

경남지역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언제까지 제자리에 머물러야 할까?

정부는 후쿠시마 참사 이후 개정된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와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방사능 누출사고 발생 시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나 방호물품을 준비하는 구역)을 30㎞ 반경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경남과 부산지역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타 지역과 달리 고리핵발전소로부터 24㎞ 반경이다. 경남지역은 양산시 동면·서창동·소주동·평산동·덕계동과 김해 일부 지역만 방사능 방재대책 구역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핵발전소 인근 지역인 경남과 부산만 반경 24㎞로 정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신규·노후 핵발전소 건설 중단·폐쇄 목소리와 함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대하고 실효성 있는 방재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정책 추진도 탄력을 받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지난 24일 고리원전을 방문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 당선인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동의를 의무화하고, 자치단체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추천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경남지역 변화는 더디고, 대응은 둔감하다. 경남도는 시민사회단체가 핵발전소 사고 우려 등을 고려해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해왔으나 결정 주체가 아니라는 점만을 강조했다.

경남도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부산과 경남은 지리적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있다. 부산은 고리원전과 평지로 볼 때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만 경남은 산맥 등으로 간접적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라며 "결정 자체는 경남도가 아닌 원안위에서 한다. 과거 30㎞ 필요성을 피력한 적도 있지만 원안위가 용역을 통한 조사를 벌인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바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핵발전소를 기준으로 반경만 고집하는 것은 사회·정치적 개념이지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즉각 대피 지역과 유사시 대피 지역 등을 나누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재 전문가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비상계획구역을 지정할 때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많이 부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이 원을 그려 구역을 정하는데 이건 잘못된 일반화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당시에도 일정한 지역으로 바람을 타고 방사능이 많이 뻗어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현재 지방자치단체 방사능 안전대책은 무조건 원형으로만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상계획구역이 타원형이 아닌 마름모나 직선거리가 되면 어떠냐. 비상계획구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방향에 따른 피해 최소화다. 핵발전소와 떨어진 거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즉각 대피해야 할 구역과 유사시 대피해야 하는 지역 등을 나누는 정책이 비상계획구역에는 빠져 있다. 이제는 이 부분을 신경 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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