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어 지지율 곤두박질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자성과 수습은커녕 내부 갈등만 격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직후 당 상황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 가는 '파국' 내지 '공멸'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25일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당을 혁신하고 쇄신하는 대수술을 집도할 명의를 구하겠다"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알렸지만 당장 일부 중진의원의 반발과 사퇴 요구에 부딪혔다.

도내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의원을 비롯해 심재철·홍문종 의원 등 5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 "선거에 패배하면 책임지는 게 정당정치"라며 "비대위 준비위 구성은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에 불과하며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김 대표는 지금이라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강성 친박으로 통하는 재선의 김진태 의원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 대행이 선거 참패 책임을 모면하려고 있지도 않은 친박을 만들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런 분에게 배의 키를 맡길 수 없다. 하루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상수 혁신비대위 준비위원장. /연합뉴스

혼란이 가중되는 건 이들 중진·재선의원이든 김성태 대행 등 당 지도부든, 혹은 친박이든 비박이든 어느 계파·집단도 당 구심점이 못 되는 현실이다. 지방선거 직후 일부 초선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 중진들의 정계은퇴를 촉구한 바 있다. 24일에도 한국당 전·현직 당협위원장이 중심이 돼 정풍운동 대상자 1차 명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성태 대행뿐 아니라 친박계 핵심이거나 박근혜 정부 시절 요직을 역임한 최경환·홍문종·이주영 의원, 그리고 김무성·권성동·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인사가 포함돼 있었다.

아직 2년 가까운 시간이 남긴 했으나 6·13 지방선거 결과에 기초한 2020년 총선 전망은 한국당에 참담한 수준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각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228석, 한국당은 현재의 절반도 안 되는 50석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어서 진주(박대출·김재경)와 산청·함양·거창·합천(강석진) 등 중·서부내륙권 일부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 압승이 점쳐졌다.

허구한 날 '누가 맞네 틀리네' 하며 공방만 벌이기엔, 벌써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놓고 아귀다툼을 하기엔 상황이 너무나 암울하고 엄중한 것이다.

여론도 이미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진행한 6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은 주요 기반인 경남·부산·울산(20%→15%)과 대구·경북(30%→23%)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6월 셋째 주 전국 지지율 11%는 2016~2017년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한국당(옛 새누리당 포함) 지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이 지난 총선 때 패배하고 나서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분열까지 했다"며 "지금도 당내에서 나오는 것은 진정한 반성이나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라 남 탓을 하는 것뿐이다. 이런 식이면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는 것이 아니라 공멸의 위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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