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23)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워크숍
왜 자치인가? 근본 물음에 "나의 삶, 내가 결정하는 것"
사천서 경남주민자치회 워크숍, 읍면동 주민자치위원장 토론장
한경호 대행, 구성률 대폭 높여…위원장들 내실 다지는 게 우선

'주민자치'가 뭔가?

지난 20~21일 사천 남일대리조트에서 열린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워크숍은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했다. 행사에 참여한 도내 읍면동 주민자치위원장 240여 명 중 지난 1년 사이 일을 맡은 위원장이 많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했다.

지방분권경남연대 안권욱 공동대표는 쉽게 접근했다.

"주민자치는 결국,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삶과 일상생활은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자리나 주거, 의료와 문화·복지, 재해·재난 대비까지…. 그런데 우리는 정부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사나?"

"국민의 질적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2013년 6.0점, 2016년 5.8점으로 점점 떨어지고,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마을단위의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는 매년 7.5점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질적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의 주민자치 단위인 '게마인데'를 보자. 인구가 평균 3500명이다. 거기서 1000만명이 사는 서울보다 더 많은 자치권을 행사한다. 치안, 교육, 복지, 문화, 심지어 인사와 예·결산, 징수세율까지 결정한다."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워크숍에 참여한 240여 명의 도내 읍면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이 '주민자치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시작과 끝

함께 듣던 경상남도주민자치회 김상만 이사가 거들었다.

"지방자치는 결국 주민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 아니냐. 그걸 누가 그렇게 만들겠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가? 그걸 할 수 있는 건 주민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결국 주민자치를 하자는 것이다."

부산시 반송2동에서 직접 주민자치에 참여하는 주민자치위원회 고문은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우선 주민들이 모여야 된다. 모여서 이야기해야 된다. 처음에 우리는 '반송을 세우자'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처음에는 '그럼 우리가 지금 누 있나' 식의 반응이 나왔다. 그런 주민들을 주민자치센터에서 모이게 했다. 주민자치센터에 재미를 붙이게, 정을 붙이게 했다. 더 재미있게 하려고 분과를 만들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왔다."

이날 워크숍에는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과 유인석 회장 등 240여 명이 참석했다. /경상남도주민자치회

"행사도 만들었다. 주민자치학교를 했다. 지금도 1년에 한두 번 워크숍을 한다. 그게 가장 큰 행사다. 지금은 다른 단체와 함께 지역 공공시설 관리를 하고, 자율방범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에 내세웠던 '반송을 세우자' 슬로건 실천과제를 만들었다. 지역상징 반송(소나무)을 심자, 교육·연구소 기반시설을 유치하자, 주차장과 소공원을 만들자…."

"그걸 위원장이 혼자 하나. 주민자치위원들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일을 하면 그걸 동장도 알고 통장도 알고 이장도 알아야 된다. 주민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반대를 하든 참여를 하든 결정한다. 그렇게 주민자치가 시작된다."

◇주민자치위원은 뭘 하나?

그러면 주민자치위원은 뭐 하는 사람들인가? 최낙용 고문의 설명은 자연스레 주민자치위원의 역할로 넘어갔다.

"주민이 주민자치의 주인이다. 주민자치위원이 주인이 아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이 주인이 되게끔 일을 만드는 거다. 주민자치는 결국 우리 마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자치위원 경쟁률도 높다. 지금 35명이다."

사천지역 참석자들이 워크숍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그런데 정신 못 차린 주민자치위원이 있다. 서너 달 돼도 얼굴 한 번 안 비친다. 그리고 갑자기 와 갖고는 감놔라 배놔라 한다. 그런 사람은 안 된다. 활동력은 나이하고는 상관없다. 나이 젊어도 뺀질뺀질한 사람 많고, 나이 많아도 성실한 사람들 많다."

현재 경남도 내에는 지난 5월 말 현재 308개 읍면동 중 279개 읍면동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 주민자치위원은 모두 6142명.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 취임 이후 주민자치위 구성비율이 대폭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성수영 도청 자치분권팀장은 "주민자치위원회가 대폭 늘어난 만큼 위원장의 주민자치 이해도와 리더십 교육이 특히 중요해졌다. 도가 경상남도주민자치회와 함께 이번 워크숍을 마련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연을 듣고 있던 기자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분들은 월급도 활동비도 없이 자기 돈 내놔 가면서 왜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지?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차현지 이사가 물음에 답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 봉사하는 게 그냥 좋다. 주민자치위 활동을 통해서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자치가 결국 지방자치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사실, '자치'는 귀찮은 것 아닌가? 흔히 아파트 단위에서도 주민자치회니 입주자대표회의니 하는 자치기구가 있다. 거기서 언제 모이자, 뭐 하자 뭐 하자 하면 사람들은 으레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 들어오면 그냥 편하고 싶은데 이것저것 신경 쓰기 싫은 것이다. 차 이사가 다시 답했다.

"귀찮은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필요한 활동을 하면 된다. 평소 생활하면서 불편한 것, 해결할 것, 결정할 것을 털어놓고 의논하고 결정하면 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임이 있어야 될 거 아닌가. 또, 모이려면 주체가 있어야 될 거 아닌가."

◇아쉬웠던 점

이번 워크숍의 취지는 대표자들의 인사말에 압축됐다.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작년에 제가 취임했을 때는 읍면동 주민자치위가 절반도 구성이 안 됐다. 지금은 291개에 이른다"면서 "이렇게 활발한 지방분권을 본질적으로 개선할 헌법 개정이 무산된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다. 여기 계신 위원장님들이 지방분권 전도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유인석 경상남도주민자치회 회장은 "제목대로 주민자치위원의 자치역량 강화가 이번 행사 목적이다. 앞으로 경상남도주민자치회가 소통과 발전의 창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센터 경진대회도 주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취재기자의 입장에서 이틀간 워크숍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공식석상에서 240명이 넘는 읍면동 위원장들이 질문하고,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시간이 없었다. 각 강연마다 강연자들은 어느 정도 시간을 남겨 질의·응답을 할 수 있었지만, 시간에 쫓기는 등 그렇게 하지 못했다. 총회에서는 '정관 일부개정' 등의 안건이 다뤄졌지만 회원들이 고충과 질의·의견을 밝히는 등, 생생한 읍면동별 활동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에 대해 임병무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상임이사는 "매년 총회와 워크숍을 해왔다. 그때마다 토크쇼나 분임토의 형태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의 의문과 고충,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렇게 원활하지 않았고, 특히 이번에는 준비된 프로그램이 많아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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