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청덕면 소재 낙동강수계 고등채소 시설하우스 재배단지의 동해 피해가 창녕함안보 수문 개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상당부분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완전개방도 아닌 부분개방이 시행됐을 뿐인데도 광암들의 지하수위가 낮아져 하우스에 물을 공급하려고 설치된 관정이 제구실을 못하게 됐다. 그래서 단지 내 수막재배 농작물이 냉해를 입게 됐다. 환경부가 그동안 조사연구 활동을 벌여 그 인과관계를 입증함으로써 농민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돼 다행이다. 일단 추산액 10억 원을 웃도는 영농피해를 보상받을 길도 열렸다. 평행선이던 분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문제가 제기된 후 도로 수문을 닫아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올겨울 영농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 아니다. 수문 개방은 강물을 흐르게 하여 물이 썩는 것을 방지하고 그로써 4대 강 사업 후 해마다 창궐하는 녹조를 막아 청정 수질을 유지하자는 근본 취지에서 출발한 것인데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덕분에 광암들을 비롯하여 낙동강변 영농환경은 보장받았다고 하지만 식수에 대한 불안전성은 더 커졌다. 올여름 낙동강의 위기는 예년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달 들어 창녕함안보 상류에 발령된 조류경보는 식수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계획대로 보 수문을 들어 물을 제대로 흘려보냈다면 금강의 예가 말해주듯 녹조류 발생이 억제됐거나 하다못해 증식속도를 완화하는 기능을 했을 것이다. 이제 환경부가 원인을 규명하고 인과관계를 밝혀냈으니 영농에도 지장을 주지 않고 수질도 살리는 양면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

우선 피해 농민들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일회성 땜질 처방은 안 된다. 보와 인근 농지의 지하수 상관 변수를 면밀하고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처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곁들인다면 이번처럼 요란을 떨지 않고도 무난하게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이야 찾으면 발견되겠지만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낙동강을 살린다는 대전제 아래 상생의 해법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담부서를 만들어서라도 돌출된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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