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주중에도 낮 경기만
MLB 최초 밤 경기 점등식도

현재는 익숙하나,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평일 오후 6시 30분이면 찾는 '야구 야간경기'가 한 예. 경기를 뛰는 선수도 이를 바라보는 팬도 주말 낮 경기가 오히려 어색한 요즘이지만 예전에는 정반대였다.

프로야구 역사가 가장 오래된 미국에서도 수십 년 동안 야구 경기는 낮에 열렸다. 1876년에는 8개 팀이 참여하는 내셔널리그가 발족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가 시작했고, 1901년 아메리칸리그 탄생으로 양대 리그의 경쟁 체제로 자리 잡았지만 야간 경기는 그보다 한참 뒤인 1935년 5월 24일 처음 열렸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야간 경기 주인공은 신시내티 레즈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다. 경기에서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점등버튼을 누르는 형식의 점등식이 열리기도 했다. '최초'라는 우려와 달리 실책이 하나도 없던 경기로 기록됐다.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는 이보다 먼저 야간 경기를 치른 역사도 남아 있다. 1930년 4월 28일 흑인리그 캔자스시티 모나크스가 첫 야간 경기를 열었고 이후 5월 2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는 독립리그 소속 디모인 데몬스와 위치타 에이비 에어터스 전이 열렸다.

야간경기 속에 담긴 '경제 논리'도 있다. 애초 야간경기는 대공황 여파로 급감한 수익을 만회하고자 도입됐다. 1929년 전 세계를 덮친 경제 불황 속에서 디모인 데몬스 구단주 리 키서는 비관적인 시선을 무릅쓰고 디모인 구장에 27m짜리 철탑 4개를 세워 야간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결과는 대성공. 디모인 구장 야간 경기는 관중 증가로 이어졌고 다른 마이너리그 구단 참여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 첫 야간경기는 1966년 10월 7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한일은행과 제일은행 경기다. 프로야구에서는 1982년 5월 12일 동대문구장에서 OB 베어스와 해태 타이거즈 경기가 최초다.

하지만 이 경기는 3회까지 진행되다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되었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최초 야간경기는 5월 20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삼미 슈퍼스타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로 기록됐다.

신시내티 레즈 해설자인 레드 바버는 야간경기가 처음 도입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하곤 했다. '조명등에 불이 켜지는 순간, 앞으로 이게 계속 사용되겠구나' 하고.

당시에는 낯설고 신기했을 경험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다음 세대에는 야구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남아 있을지, 미래에는 '일상'이 될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야구를 보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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