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정안 발표…기소 분리·검찰 지휘권 폐지
경찰 일선 실망 토로 "보완수사 요구 땐 똑같아"

정부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환영보다는 실망이 더 큰 분위기다.

정부가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통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가 내건 원칙이다.

표면적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로 넘기기 전까지 검찰의 지휘는 불가능해졌다.

또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고 '불송치 결정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영장 청구권은 그대로 검찰에 남게 됐다.

05.jpg

검찰은 기소권과 △일부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 보완수사 요구권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 수사요구에 불응하면 직무배제·징계 요구권 △경찰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시정조치 불응 시 송치 후 수사권 등의 통제권을 가진다.

검찰은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커진 경찰 권한을 통제하는 방안이 없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공식 입장문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반영된 민주적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며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 민주화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찰 일선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 사건 등 비교적 첨예한 사건을 다루는 수사계는 민원·고소인의 이의신청은 불 보듯 뻔하고 보완 수사 요구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지휘는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1차적 수사권·종결권이라는 수식어로 검찰 송치 전 수사 자율성을 부여해준 것처럼 보이지만, 송치 후 검찰에서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 결국 똑같다"라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도 "비율적으로 단순 폭행 등 형사계가 다루는 사건이 더 많긴 하지만, 원래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한다거나 개입하지 않는 부분이었다"며 "수사 쪽에서는 종결권을 가져도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류근창 폴네티앙(경찰 온라인 커뮤니티) 회장은 "검찰과 경찰이 수평적 관계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불만이 많았던 검찰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예를 들면, 대등한 관계라면서 징계요구권은 왜 검찰에만 주어지는가. 경찰이 검찰을 수사할 때 반드시 영장을 청구하고 개입할 수 없다는 내용을 합의해야할 정도인가. 경찰도 수사기관인데 왜 영장 청구를 보장하지 않나. 대한민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류 회장은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경찰은 수사환경 변화와 경찰개혁을 철저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이 합의안이 완벽할 수 없다"며 "검경 각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부분적 보완을 통해서라도 이 합의의 취지가 제도화돼 형사사법제도가 혁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수사권 조정이 자치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서울·세종·제주에서 자치경찰제가 시범 운영된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는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