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계 '쇄신안' 갈등 "독단적"-"비대위 꾸려야"

자유한국당이 2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없이 계파 싸움만 반복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총회 모두발언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우리 당이 계파 갈등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싸우는 것을 용납지 않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거론하며 김 대표 사퇴 요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중앙당 해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김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안도 독단적 결정이라며 뭇매를 맞았다.

반면 비박계 의원 중심으로는 "지금은 절차를 문제 삼을 때가 아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조속히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고 김 대표 안을 적극 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20일) 친박계로 추정되는 한국당 중앙위원회 일부 인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무조건 외부인사로 구성해 당원이 공감하지 않는 비대위는 이미 과거에 실패했다"며 "당의 실정을 잘 알고 강단있게 개혁을 추진할 인사를 선임하고, 비대위에 중앙위 및 당원이 추천하는 인사도 참여하게 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한국당 중앙위 의장인 김재경(진주 을) 의원은 "(해당) 기자회견은 중앙위 내부 의견수렴 등 정상적 절차 없이 이루어진 소수 의견"이라며 "향후 화합과 위기 극복을 해치는 일체의 집단행동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의총에서 가장 뜨겁게 공방이 오간 사안은 지난 19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박성중 의원 메모였다. 이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고 자연히 계파 대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물증'이 됐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이에 "있지도 않은 사실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도 "박 의원이 계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박성중 의원은 "한 모임에서 참석자들의 우려를 간단히 메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당 국회의원 전원 총선 불출마' 의견도 제시돼 관심을 끌었다. 김영우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이 느끼는 심정, 정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구성될 비대위에 의원들 거취를 백지 위임해야 한다. 의원들이 거취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정종섭 의원도 한 토론회에서 "한국당 의원 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 당은 실패를 했고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에는 한국당 전체 의원 112명 중 8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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