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난제 해결…높은 지지율·지방선거 압승 '동력'

정부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 '1호 공약'이었던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안을 21일 내놓으면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 2기의 개혁 드라이브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김대중 정부 출범 때부터 검찰 개혁의 주요 화두로 거론됐으나,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번번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권력기관 개혁' 부문 첫머리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동시에 내세우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취임 1년 만에 주무부처 장관들의 합의를 끌어내고 정부 안을 발표하는 데 성공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는 점 역시 이런 '속도전'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정국을 거치며 분출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현 정부의 개혁 작업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둬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재확인되면서, 문재인 정부 2기에서 이어질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도 힘이 붙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정부는 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나란히 권력기관 개혁 첫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수처 설치에 속도를 낼 태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청와대 SNS 방송에 출연해 "법무부 정책 방향 중 검찰과 관련해선 우선 검찰 개혁이 제일 중요하다"며 "하반기 국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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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국빈방문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한러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러시아 공영통신사 타스통신,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 국영 러시아방송과 합동 인터뷰로 진행됐다. /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개혁안 역시 문재인 정부 2기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정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빼는 등 국정원의 정치개입 근절을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감사원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하고 직무상 독립성을 헌법에 명시하는 등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공약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 개헌안이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되기는 했으나 정부에서는 일반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최대한 개혁의 취지를 살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각종 권력기관에 '성역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국회의 여소야대 지형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번에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공수처 설치, 국정원 개혁 등 대부분 권력기관 개혁은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당이 의석 수 과반을 점하지 못한 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런 개혁법안들에 대해 대부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어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어떻게 야당을 설득해낼지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2기에서는 민생·경제 문제에서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 동안 일자리 창출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까지는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정부의 개혁 작업에 강력한 바탕이 됐지만, 이제부터는 민생·경제 분야에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조금씩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 임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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