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영화계 대모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만든 아녜스 바르다와 JR가 최근 한국 팬들에게 감사 영상을 보내왔다.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이다.

둘은 현재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다.

먼저 아녜스 바르다는 현역 최고의 여성감독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1954년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으로 데뷔한 그녀는 당시 과거의 영화를 부정하고 새로운 영화운동이 꿈틀대던 시기에 등장했다. 누벨바그라고 일컫는데 프랑스 영화 운동으로 단순화해 말할 수 있다. 혁신을 추구했던 영화계의 새로운 경향은 프랑스 영화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됐다. 그녀는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로 상업영화의 장벽을 허물며 영화계 관행을 거부했다. 그래서 아녜스 바르다를 '누벨바그의 대모'라고 부른다.

그녀가 2009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누벨바그는 1959년에서 1970년 사이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모두 지칭하는 단어예요. 30세 이하의 청년들이 3000만 프랑 이하의 돈으로 거리에서 촬영했죠.…장 뤼크 고다르야말로 항상 연구자의 자세였죠. 프랑스 영화계에서 그만큼 영화에 대해 진지한 연구자는 없을 거예요."

장 뤼크 고다르는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지만, JR의 모습이 그를 떠올리게 한다.

JR는 프랑스 길거리 예술가라 불릴 만큼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작가다. 흑백사진 애호가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얼굴을 흑백으로 클로즈업해서 찍어 거리 곳곳에 붙이는데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떼어내고 빗물에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얼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의 얼굴에서 사회의 역사를 담는 그는 '예술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적어도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꿀 수는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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